막판까지 ‘동물국회’ 추태 끝에 통과
미흡하나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 의미
국민 무시하는 비례정당 꼼수 접어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몸싸움과 고성 속에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선진화법에도 ‘동물국회’가 재연되는 모습을 또 지켜봐야 했다. 선거의 룰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지 못한 것은 오점으로 남겠지만, 선거제 개혁은 더 이상 지연시킬 수 없는 과제다. 이미 내년 4ㆍ15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난 시점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가 합의로 처리하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듯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처리에선 야당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개정 선거법은 현행대로 국회의원을 ‘지역구 253석ㆍ비례대표 47석’으로 하되, 정당득표율의 연동률을 50%로 하기로 했다. 연동률 적용 의석수를 30석으로 제한하는 ‘캡’을 씌워 소수 정당들의 요구를 완전히 반영하지는 못했지만,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양당 구조를 깰 시초라는 의미가 있다. 대의기관인 국회가 다양한 계층의 민심을 반영하도록 선거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건 오랜 과제였다. 기득권 양당이 비례대표까지 잠식하는 민의 왜곡을 일소할 수는 없겠으나 완화에는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개정 선거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벌써부터 여야 모두에서 비례위성정당설이 흘러나온다. 자유한국당은 아예 당대표까지 나서서 “선거법이 통과되면 반드시 ‘비례한국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민주당 저변에선 “우리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행태는 개정 선거법의 초심을 훼손하는 일이다. 더구나 민심 운운하며 선거제 개혁을 외쳤던 민주당까지 이에 가세한다면 역풍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이미 민주당은 개정 논의 과정에서 ‘4+1협의체’에 참여한 소수 정당들의 반발에도 상한선을 씌워 연동의 효과를 떨어뜨렸다. 한국당도 “우리 편은 맹목적으로 찍을 것”이라며 국민을 무시하는 비례위성당 꼼수를 접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시작이자 완성인 선거의 의미를 되새기길 바란다.
이제 남은 건 선거구 획정이다. 의원들에게는 정치 명운이 달려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획정에 따라 지역구가 사라질 수도, 불리한 지역을 떠안게 될 수도 있다. 선거법 개정 때의 극한 대립이 반복될까 걱정스럽다. 물밑에서는 게리맨더링(자신에게 유리한 선거구 획정) 수 싸움도 감지된다. 한국당은 벌써부터 “지역구 도둑질”이라며 여당과 민주평화당 등에 우호적인 호남 지역의 선거구 줄이기를 주장하고 있다.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조차 밥그릇 싸움에 골몰한다면 국민의 정치 혐오는 끝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것이다. 이미 국민은 지칠 대로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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