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해 달력을 넘길 날이 며칠 안 남았지만 ‘FA 한파’는 여전하다.
지난 11월 4일 개장한 KBO리그 FA 시장에 나온 선수는 총 19명이다. 이 중 27일 현재 계약을 마친 선수는 6명에 불과하며 모두 원 소속팀에 잔류했다.
이지영(키움)이 지난달 13일 가장 먼저 3년간 총액 18억원을 받는 조건에 키움에 잔류했다. 이어 유한준(KT)이 총액 20억원에 KT 유니폼을 2년 더 입게 됐다. 이후 정우람(4년 39억원ㆍ한화), 송은범(2년 10억원), 오지환(4년 40억원), 진해수(2+1년 14억원ㆍ이상 LG)가 차례로 도장을 찍었다. LG만 FA 계약을 완료했을 뿐 나머지 13명은 마냥 기다리는 입장이다. 예년과 같은 ‘대어’를 찾기 힘든데다 지갑을 닫은 구단들이 트레이드나 방출 선수 영입을 통한 전력 강화책을 모색하면서 FA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남은 선수들도 대부분 만족스럽지 않은 조건에 소속팀과 울며 겨자 먹기로 도장을 찍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오지환의 백지위임 사례에서 보듯 수요가 없으면 결국 칼자루를 쥔 쪽은 원 소속팀이다.
매년 이맘때 ‘전의 전쟁’으로 표현됐던 FA들의 ‘로또 대박’도 완전히 사라졌다. 지난해 양의지(NC) 처럼 매년 한두 명씩 나왔던 ‘특급’ 선수가 없다. 내외야 보강이 필요한 팀은 있지만 먼저 나서 선수들이 원하는 만큼의 거액을 챙겨줄 팀은 없어 보인다. FA 이적이 정점을 찍었던 2015년 7명, 2016년엔 8명이 팀을 옮겼지만 이후 구단들은 대형 FA 외엔 점차 관심을 두지 않는 추세다. 그나마 이번 FA 시장에서 ‘준척’으로 꼽힌 안치홍과 김선빈(이상 전 KIA), 전준우(전 롯데)의 협상 진척 소식마저 들리지 않는 것이 단적으로 현 시장 상황을 입증한다. 아직 시장이 완전히 폐장한 건 아니지만 2008년 이후 11년 만에 이적 선수가 전무한 해가 될 가능성도 있다.
20년 된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제도는 내년부터 일대 변혁을 맞는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안을 받아들여 FA 취득 기한을 단축하고 등급제를 시행하는 등 선수들의 활발한 이적을 독려하기로 했다. 그러나 올 겨울과 같은 ‘한파’라면 실효성이 있을지 벌써 의문이 제기된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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