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 소금이 33년 만에 함께 앨범을 만들었다.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빛과 소금 장기호, 박성식은 27일 정오 새 앨범 '봄여름가을겨울 리유니온(Re:union) 빛과 소금' 발매에 이어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더노라 스테이지와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앨범을 직접 소개했다. 이날 고(故) 전태관의 1주기를 맞은 만큼, 오랜 친구들의 애틋한 추모 인사도 들어볼 수 있었다.
김종진, 장기호, 박성식은 지난 1986년 고 김현식의 밴드 봄여름가을겨울로 음악 인생을 시작해 지난 33년 간 한국 대중음악사의 프론티어로 활약해왔다. 이들은 '동창회'라는 뜻을 지닌 '리유니온' 앨범을 통해 다시 한자리에 모여 긴 시간을 기념했다. 고 전태관도 마음으로, 그리고 마음 속에서 작업을 함께 했다.
이번 앨범에는 김종진의 '동창회', 장기호의 '난 언제나 널', 박성식의 '행복해야 해요' 등 세 사람의 자작곡 3곡과 '보고싶은 친구', '오래된 친구' 등 리메이크곡 2곡이 완성도 높게 수록됐다. 호쾌한 연주와 침잠하는 무드를 넘나드는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 소금의 사운드는 깊은 내공으로 완성됐고, 전 연령층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30년 전 아날로그 레코딩과 가장 최신식의 디지털 녹음 방식을 정교하게 배합한 기술도 눈길을 끈다. 이를 통해 그 시절 사운드 고유의 정서는 물론, 고스란히 환기시키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이를 대표하는 '어덜트 컨템포러리'라는 키워드에서도 우리시대 어른들이 만든 음악의 본질과 정수를 확인할 수 있다.
음악성은 물론 메시지도 이번 앨범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장기호는 "우리 모두의 친구, 먼저 세상을 떠난 김현식, 유재하, 전태관에게 '우리 아직 음악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김종진은 "우리가 살아온 팝의 르네상스, 음악 황금기 시대의 소리, 표현법, 그리고 낭만을 자신 있게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다.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 멤버들 중 유재하, 김현식, 전태관이 차례로 세상을 떠나고 김종진, 장기호, 박성식이 남아 뜻깊은 음악을 계속 하고 있다. 장기호는 "수십년 간 음악을 하면서 각자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다. 그걸 서로 존중하고 절제하면서 이번 앨범을 함께 만들었다. 저희의 음악으로 더 많은 만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앞으로 세 사람의 활동은 어떻게 펼쳐질까. 김종진은 "전태관이 남겨둔 회사를 물려받아서 이번 앨범을 제작했다. 여러 방송국에서도 섭외 요청이 쏟아졌는데 빛과 소금 형님들이 거절했다. 더 연습해서 제대로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기 때문"이라며 "3주 뒤에 또 다른 계획이 나올 수 있도록 형들을 연습시키겠다"고 소개했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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