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과 숙제를 동시에 확인했다. V리그 한국전력의 왼손잡이 공격수 이태호(19) 얘기다. 이태호는 지난 25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19~20 V리그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선발 출전, 14득점(공격 성공률 37.1%)하며 깜짝 활약했다. 그는 지난 시즌 총 득점이 6점에 불과한 새내기나 다름없는 선수다. ‘팀 전력의 절반’인 외국인 선수 가빈 슈미트(34)가 부상으로 빠진 자리에 투입됐는데 후위 공격 3득점에 블로킹 득점도 1점 곁들였다. 이태호는 지난 22일 대한항공전에서도 종아리 통증을 호소한 가빈을 대신해 교체 선수로 투입, 4득점(66.7%)하며 성장 가능성을 보였다. 이태호는 본보와 인터뷰에서 “지난 시즌 6득점했고, 올 시즌 전 목표는 지난 시즌의 2배인 12득점이었다”면서 “이제는 ‘가능성 있는 선수’가 아닌 가능성을 보여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범실이었다. 25일 경기에서 개인 범실이 무려 8개나 쏟아졌다. 1세트에서 42.9%에 달하던 공격 성공률도 2세트엔 33.3%로, 효율은 16.7%까지 떨어졌다. 결국 3세트 중반 손주상과 교체됐고 4세트엔 코트에 나서지 못했다.
어린 시절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것이 아니라, 중학교 스포츠 클럽활동을 하다 고등학교 감독의 눈에 들어 프로에 발탁된 ‘스포츠클럽 출신 선수 1호’다. 수원 영생고등학교 재학 시절인 지난 2018년 얼리드래프티로 신인드래프트에 참가, 전체 3순위로 한국전력에 입단했다. 올 시즌 새내기 장지원(18ㆍ우리카드)을 제외하면 V리그 막내다. 이태호는 “어릴 적 키도 컸고 축구나 농구도 좋아했다”면서 “중학교(경기 이천시 사동중) 배구 스포츠 클럽 활동을 하다 선수 제의를 받았고 고1 때부터 본격적으로 엘리트 배구를 배웠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센터로 포지션 변경을 시도했지만, 결국 가빈의 백업인 오른쪽 공격수로 자리 잡았다. 이태호는 “어느 포지션이든 경기를 많이 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둘 중 고르라면 오른쪽 공격수 경험을 쌓고 싶다”라고 말했다. 큰 키(202㎝)를 활용한 높은 타점이 장점으로, 경험만 쌓인다면 더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이태호는 “늦게 배구를 시작했기에 기본기도 약하고 배구도 잘 못한다”면서 “다른 형들이 1만번 공격 연습할 때 난 1,000번도 못했다. 내가 훈련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훈련밖에 답이 없다”라고 말했다.
롤모델로는 지난 시즌 룸메이트이자 같은 왼손잡이인 서재덕(30), 그리고 대한민국 대표 왼손 공격수 박철우(34ㆍ삼성생명)를 꼽았다. 이태호는 “(서)재덕이 형은 공수에 능한 만능 공격수다. 내가 꿈꾸는 선수다”라며 “최근 공익 근무 기간 중 만났는데 그간 살이 많이 쪘더라”라며 웃었다. 박철우에 대해서는 “높이와 힘을 두루 갖췄다. 정말 닮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올림픽 예선 휴식기까지 우리카드와 한 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이태호 역시 가빈을 대신해 한번 더 출전할 수 있다. 이태호는 “가빈의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것도 솔직히 부담이지만 반대로 나에게는 기회일 수 있다”면서 “‘못해도 본전이고 잘하면 칭찬받는다. 형들을 믿고 나는 코트에서 미쳐보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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