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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다 된 나이에 보디빌딩 우승… 인내가 비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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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다 된 나이에 보디빌딩 우승… 인내가 비결이죠”

입력
2019.12.27 15:47
수정
2019.12.27 21:05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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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디빌딩대회(60㎏ 이하) 우승한 조왕붕씨

26일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한 헬스장에서 50세가 다된 나이에 세계남자보디빌딩대회(60kg 이하)에서 정상에 오른 조왕붕씨가 뎀벨을 들어 보이고 있다. 권경훈 기자
26일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한 헬스장에서 50세가 다된 나이에 세계남자보디빌딩대회(60kg 이하)에서 정상에 오른 조왕붕씨가 뎀벨을 들어 보이고 있다. 권경훈 기자

“새해 큰 마음먹고 운동을 시작하시면 몸의 근육이 아닌 마음의 근육을 키운다고 생각하세요. 운동하는 과정에서 강하면서도 인내할 줄 아는 뚝심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합니다.”

26일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의 한 헬스장에서 만난 조왕붕(48)씨. 그는 지난달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세계남자보디빌딩선수권대회 60㎏ 이하 급에서 세계 정상에 올랐다. 우리 나이로 내년이면 50세가 되는 조씨. 당시 대회에 출전했던 전 체급 선수 500여 명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였다.

그는 “새해가 되면 운동을 하겠다고 다짐하는 분들이 많은데 뻔한 이야기 같지만 무슨 운동이든 꾸준히 하는 것 밖에는 답이 없다”고 했다. 최고령자 출전 선수로 세계 정상에 설 수 있었던 자신의 힘은 ‘꾸준함’에서 나왔다고 했다.

조씨는 경남 합천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아버지를 도와 농사를 지었다. 그는 “평소 태권도나 쿵후 등 무술에 관심이 많았는데 읍내에 관련된 책을 사러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보디빌딩의 비결’이라는 책이 운명을 바꿨다”고 말했다. 키가 158㎝ 정도인 조씨는 보디빌딩이 덩치가 큰 사람만 하는 줄 알았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책에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절친인 유명 보디빌더 프랑코 콜롬보의 키가 163㎝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을 알고 ‘나도 한번 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당시 시골에 헬스장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는 농수로 공사를 하고 남은 철근 조각들을 주워와서 철사로 묶어 자신만의 덤벨을 만든 뒤 책에 나오는 동작을 따라 연습했다. 조씨는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큰형이 사는 부산으로 무작정 내려와 일자리를 구한 당일 바로 헬스장을 찾아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퇴근 하자마자 헬스장으로 달려가 하루에 3시간 이상씩 헬스 기구에 매달렸다. 일요일은 등산으로 체지방을 뺐다. 대회를 앞두고는 산 위에서 선탠을 하며 피부를 검게 만들었다. 그는 “농사일을 거들며 집에 있기를 바라셨던 아버지 생각을 하면 지금도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고 했다.

노력은 정직한 결과를 낳았다. 시작한지 1년만에 부산지역 대회에서 상위권에 오르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1995년에는 부산시체육회 보디빌딩팀에 정식 입단까지 했다. 1997년부터 2000년까지 4년 연속, 2005년부터 2009년까지 4년 연속 등 전국체전에서만 1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씨는 “1999년 세계대회 첫 출전에 14등을 해 정말 부끄러웠지만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를 놓지 않았다”고 했다.

2001년 아시아선수권대회와 2002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 2007년에는 마침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12년만인 지난 11월 또다시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른 것이다. 그는 “부산시체육회 팀이 올해 해산돼 지원도 끊긴 데다 나이도 많아 주변에서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고, 저 자신도 마음이 힘들었다”고 했다. 올해 열린 각종 대회는 모두 자신의 사비를 털어 출전해야 했다. 조씨는 “운동을 하면서 커진 자제력 덕분이었는지 큰 흔들림이나 실수 없이 마음을 다잡고 훈련에 훈련을 거듭한 것이 좋을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운동으로 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강하면서도 인내할 줄 아는 마음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오랜 세월 운동에 매진하면서 깨달은 저만의 작은 삶의 교훈”이라고 털어놓았다.

인터뷰 중 쥐었다 폈다 하던 그의 손바닥에는 돌처럼 딱딱하게 굳은 살들이 지난 세월처럼 빼곡하게 박혀 있었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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