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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파인더] 조국 기각사유 '죄질' 표현은 영장판사가 요약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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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파인더] 조국 기각사유 '죄질' 표현은 영장판사가 요약한 것

입력
2019.12.27 11:55
수정
2019.12.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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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지난 26일 오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지난 26일 오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27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실제 법원이 영장 청구서에 기재한 기각 사유와 언론에 배포한 요약본의 표현이 달라 논란이 벌어졌다. 특히 요약본에는 ‘죄질이 나쁘다’는 표현이 있었는데, 이를 둘러싸고 언론이 조 전 장관을 폄훼하기 위해 판사의 원래 표현을 자의적으로 왜곡한 것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죄질’이라는 표현은 영장판사가 직접 요약본을 작성하면서 쓴 표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0시 53분쯤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청구를 기각하며 “이 사건 범죄혐의는 소명된다”면서도 “죄질이 좋지 않지만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구속사유는 서울동부지법 출입기자들에게 바로 전파됐고, 언론은 이 기각사유를 바탕으로 조 전 장관 영장 기각 기사를 속보로 처리했다.

문제는 이후 권 부장판사가 영장 청구서에 실재 기재한 기각 사유 전문에는 앞선 ‘죄질’ 표현이 없었다는 점이다. 실제 전문으로 알려진 내용에는 “피의자가 직권을 남용하여 유재수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기는 하나”라는 구절이 들어갔을 뿐, ‘죄질’이라는 표현을 찾아볼 수 는 없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언론이 기각 사유를 날조했다’는 취지의 비판이 일었다. 일부 네티즌은 “한 언론이 자의적으로 죄질 표현을 쓰면서 다른 언론이 이를 검증 없이 썼다”며 ‘받아쓰기 의혹’까지 제기했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이 같은 혼동은 권 부장판사가 언론에 배포할 보도자료를 쓰기 위해 기각 사유 전문을 요약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일반적으로 영장 기각 사유는 공개될 경우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 기재된 경우가 많고, 비공개가 원칙인 탓에 전문이 아닌 간략한 보도자료 형태로 배포한다.

이날 처음 배포된 서울동부지법의 기각사유에도 이 같은 취지로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질이 좋지 않으나’라는 구절이 들어가 있다. 없는 표현을 만들어 보도한 것이 아닌 셈이다. 서울동부지법 관계자는 “돌아다니고 있는 전문 내용은 저희가 기자들에게 공개한 것은 아니다”라며 “기각 사유 전문과 배포용 보도자료 모두 권 부장판사가 작성한 것은 맞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법치주의 후퇴’ 등 내용을 축약하다 보니 ‘죄질’이라는 표현이 들어가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서울동부지법이 이날 기자들에게 배포한 조 전 장관 영장 기각 사유 ‘보도자료’와 이후 알려진 ‘전문’은 다음과 같다.

[영장 기각 직후 전파된 자료]

기각

- 이 사건 범죄혐의는 소명됨

- 다만 이 사건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점 및 제반사정에 비추어 볼 때, 현 시점에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움

-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질이 좋지 않으나, 구속 전 피의자심문 당시 피의자의 진술 내용 및 태도, 피의자의 배우자가 최근 다른 사건으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점 등과 피의자를 구속하여야 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한 점 등을 종합해보면,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음.

- 결국, 현 단계에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사유와 그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움

[실제 기각 사유로 알려진 전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사유

-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함

- 이 사건 범죄혐의가 소명되는데도, 피의자가 일부 범행경위와 범죄사실을 부인하고 있기는하나, 이 사건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사정 등에 비추어보면, 현 시점에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움

- 피의자가 직권을 남용하여 유○○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기는 하나, 피의자의 사회적 지위, 가족관계, 구속 전 피의자심문 당시의 진술내용 및 태도, 피의자의 배우자가 최근에 다른 사건으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점 등과, 범행 당시 피의자가 인식하고 있던 유○○의 비위내용, 유○○가 사표를 제출하는 조치는 이루어졌고, 피의자가 개인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이 사건 범행을 범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구속하여야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종합해보면, '도망의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음

- 결국 현 단계에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그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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