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속의여론] “임산부 배려석, 양성평등 위배 안 돼” 91%... ‘특혜 아니다’ 인식 뿌리 내려

이전기사

구독이 추가 되었습니다.

구독이 취소 되었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여론속의여론] “임산부 배려석, 양성평등 위배 안 돼” 91%... ‘특혜 아니다’ 인식 뿌리 내려

입력
2019.12.28 07:00
0 0

저출산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의 ‘2018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수)은 0.98명으로, 1970년 출산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10월 기준 출생아 수도 2만5,648명에 그쳐, 47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육ㆍ양육 지원 강화, 결혼ㆍ출산 친화 환경 조성, 임산부 배려 문화ㆍ지원 강화 등의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 중 ‘임산부 배려석’은 임산부의 대중교통 이용 편의 증진을 위해 교통약자석과는 별개로 운영되는 임산부 배려 정책 중 하나다. 이에 대해 우리 사회는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필요성과 양보 문화에 대해 얼마나 공감하고 있을까.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이 지난 11월 29일부터 12월 2일까지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89% ‘임산부 배려석’ 필요성에 공감

먼저 임산부 배려석에 대해 79%가 ‘잘 알고 있다’, 16%가 ‘이름은 들어본 적 있다’고 응답했다. 임산부임을 나타내는 임산부 배지와 가방고리에 대해서도 78%가 잘 알고 있거나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해, 높은 인지도를 보여줬다.

임산부 배려석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89%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임산부 배려석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11%)의 이유로는 ‘교통약자석이 이미 있어서‘(38%) ‘임산부보다 비임산부가 앉는 경우가 더 많아서’(33%) ‘역차별로 느껴져서’(11%) 등의 의견이 나왔다.

2019-12-27(한국일보)

임산부 배려석 정책의 수용도 역시 높았다. 임산부 배려석 정책이 남녀갈등을 조장한다는 의견에는 88%가 동의하지 않았다. 양성평등에 위배된다는 의견에도 91%가 반대 의견을 밝혔다. 비임산부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의견에도 91%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임산부 배려석이 여성들만 앉을 수 있기 때문에 남녀차별이라는 주장은 극소수의 의견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임산부 배려석은 교통약자의 보호를 위해 필요하고, 여성이나 임산부를 위한 특혜도 아니란 인식이 뿌리내렸음을 알 수 있다.

2019-12-27(한국일보)

‘임산부 배려석’ 착석 목격 87%

임산부 배려석은 꼭 비워둬야 할까 아니면 착석 후 임산부에게 양보해도 될까. 임산부 배려석 도입 초기부터 지속된 이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교통공사는 임산부 배려석 비워두기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고, 부산도시철도는 임산부 배려석 자리양보 알리미 시스템인 핑크라이트를 도입한 상태다. 핑크라이트는 발신기를 소지한 임산부가 도시철도를 타면 임산부 배려석에 설치된 수신기가 깜빡이면서 음성 안내가 송출돼 초기 임산부도 쉽게 배려받을 수 있다.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경험을 물으니, 최근 한 달 간 임신 중이 아닌데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적이 있다는 응답이 16%였다. 남성(11%)보다 여성(20%)의 착석 경험이 많았다. 비임산부가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87%로 매우 높았다. 특히 ‘자주 본다’와 ‘종종 본다’의 응답이 각각 31%, 32%를 기록했다. 과반 이상의 응답자가 비임산부의 ‘임산부 배려석’ 착석을 빈번하게 목격하고 있는 셈이다.

2019-12-27(한국일보)

임신중이 아닌데 임산부 배려석에 앉았을 때 주변에 임산부로 보이는 사람이 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하겠냐는 질문에는 56%가 ‘임산부인지 확실하게 몰라도 양보한다’고 답했다. 40%는 ‘임산부인지 알면 양보한다’고 했다. ‘양보를 요청하는 경우 양보한다’는 응답은 3%, ‘배려의 필요를 느끼지 않으면 양보하지 않는다’는 답은 2%로 소수에 그쳤다.

2019-12-27(한국일보)

임산부 자리 양보는 ‘배려’ 51%, ‘의무’ 49%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배려일까 아니면 의무일까. 응답자의 의견은 반으로 갈렸다. 51%는 ‘배려’, 49%는 ‘의무’ 라고 답했다.

임산부 배려석은 꼭 비워둬야 하는 자리인 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54%는 비워둬야 한다고 답했다. 육안으로 임산부 구분이 어려운 경우가 있고, 임산부가 선뜻 양보를 요청하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46%는 비임산부도 앉을 수 있는 자리라고 답했다. 자리를 비워두는 건 비효율적이며, 자리에 앉아 있다가 임산부가 있으면 양보하면 된다는 의견이다.

위 두 문항의 성별, 연령대별 결과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성별이나 세대별 대립 없이 보편적으로 의견이 갈리고 있는 셈이다.

2019-12-27(한국일보)

임산부 배려 문화, 시민이 주체돼야 38%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두는 문화를 정착시키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물었다.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답은 ‘캠페인 등을 통한 임산부 배려 인식 형성‘(48%)이었다. ‘임산부 배려석 홍보를 통한 인지도 향상’이 36%로 그 뒤를 이었다. ‘비임산부 착석 시 신고 처리 및 단속 강화’를 꼽은 응답은 상대적으로 적은 14%를 차지했다.

임산부 배려석 비워두기 문화 정착의 주체로는 ‘일반 시민’을 꼽은 응답이 38%로, 대중교통 운영 기관(17%) 지방자치단체(16%) 중앙정부(15%) 등에 비해 배 이상 높았다. 법이나 제도 같은 강제적인 수단보다는 시민의식의 성장이 더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2019-12-27(한국일보)

임산부 배려석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임산부 배려석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차이가 있었다. 임산부가 없을 때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둬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어느 한 쪽으로 의견이 쏠리지 않은 채 팽팽했다. 임산부 배려석 비워두기 문화는 단기적으로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제도적인 통제보다는 좀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민의 배려 인식 향상을 통해 정착해 나가자는 의견이 다수인 점은 정책 당국에서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이동한 한국리서치 여론본부 과장, 정승희 한국리서치 여론본부 인턴연구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여론 속의 여론
한국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네이버엣도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