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본회의 연기 실상은 ‘홍남기 탄핵’ 피하기 꼼수
무더기 필리버스터 신청한 한국당, 5개 법안 철회도
패스트트랙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로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얻은 20대 국회가 연말까지도 각종 꼼수와 변칙으로 얼룩졌다. 제1야당을 배제한 채 ‘쪼개기 임시국회’로 공직선거법 개정을 강행한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본회의 일정을 임의로 주무른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자유한국당 역시 무더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방해), 수정안 발의, 비례정당 창당 등 각종 꼼수 카드를 남발해 이런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
당초 ‘4+1협의체’(민주당ㆍ바른미래당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가칭 대안신당)가 상정한 선거법 개정안 처리 ‘D데이’였던 26일 본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문희상 국회의장과 주승용 부의장이 50시간 넘게 필리버스터 사회를 보느라 체력이 한계를 넘어섰다”며 “체력이 회복되는 대로 내일(27일)까지 본회의를 소집할 수 있도록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23일 밤부터 25일 자정까지 진행된 선거법 관련 필리버스터로 국회의장단 피로가 누적돼 불가피하게 본회의를 27일로 연기한다는 게 표면적 이유였다.
그러나 일각에선 표결 시한이 도래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소추안 표결 회피를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무위원 탄핵소추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72시간 이내에 표결하지 않으면 자동폐기된다. 한국당이 제출한 홍 부총리 탄핵소추안은 23일 오후 7시 57분에 제출돼 이날 오후 7시 57분이 폐기 시한이었다. 앞서 한국당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 수정안 처리 과정에서 홍 부총리가 정치적 중립을 어겼다며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4+1 공조로 155~160석 정도가 견고하기 때문에 탄핵(재적 의원 과반수인 148명 찬성)을 우려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날 본회의 불발을 ‘홍남기 방탄국회’라고 규정한 한국당은 모든 카드를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당은 일단 홍 부총리 탄핵소추안을 다시 제출하기로 했다. 또 ‘비례정당’을 언급하며 선거법 저지 공세에 나서기도 했다. 일각에선 선거법 표결을 무기명 투표로 하는 내용의 ‘투표 방식 변경 안건’을 올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으면 선거법에 내심 반대하던 민주당 등 4+1 의원들의 이탈표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안건 역시 과반(148명)이 찬성해야 되는데 한국당 의석은 108석에 그쳐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좌충우돌 중인 한국당은 지난달 29일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를 위해 199개 안건에 무더기로 적용했던 필리버스터 신청을 일부 거둬들였다. 철회 대상은 포항지진특별법과 병역법, 대체복무법, 형사소송법,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등 5개 법안이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포항지진특별법은 시급히 처리해야 하는 법이고 나머지 4개 법안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져 빨리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초 ‘무더기 필리버스터’ 신청이 무리수였던 걸 인정한 셈이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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