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비판하며 “100개 정당 출현”
각종 봉쇄 조항에 난립 쉽지 않아
역대 최장은 30㎝… 2016년 20대 총선

‘4+1 협의체의 선거법 단일안 때문에 1.3m 투표용지가 나올 것’이라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말은 사실일까. 21대 총선일인 내년 4월 15일, 유권자들은 정말로 1.3m짜리 투표용지를 들고 투표소로 들어가게 될까.
황 대표가 1.3m짜리 투표 용지를 언급한 건 지난 23일이었다. 소수정당에 비례대표를 몰아 주는 취지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비례대표를 노리는 정당이 급조될 것이라는 논리였다. 황 대표는 “100개 정당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총선 전까지 정당 100개가 출현하면, 황 대표의 예상이 맞아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공직선거법 선거관리규칙에 따르면, 전국단위 선거 투표용지에 정당을 표기하는 칸의 높이는 1.5㎝다. 100개 정당이 기재되면 용지 길이가 1.5m가 된다는 얘기다. 용지가 지나치게 길어지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당 표기 칸의 높이를 조정하게 돼 있기 때문에 다소 줄어들 수도 있다.
헌정사상 1m가 넘는 투표용지는 나온 적이 없다. ‘가장 긴 투표용지 기록’은 2016년 20대 총선 때의 30cm였다. 당시 선관위에 등록하고 총선에 후보자를 낸 당은 21개였다. 26일 현재 선관위에 등록된 정당은 34개고, 창당준비위원회를 꾸린 예비정당은 16개다. 이들이 모두 정당을 만들어 후보자를 낸다면, 이론적으로는 투표용지 길이가 70㎝에 달하게 된다.
그러나 모든 정당이 투표용지에 기재되는 건 아니다. 선관위가 정한 일정 기준을 충족한 정당만 비례대표 후보를 낼 수 있다. 정당 난립을 막기 위한 정치다. 관건은 ‘돈’이다.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려면 선관위에 기탁금을 내야 한다.후보자 1명 당 1,500만원으로, 후보자 10명을 낸다면 1억5,000만원이 필요하다. 얼마 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기탁금 기준이 완화된다 해도 끝난 게 아니다. 예비정당이 창당 자격을 얻으려면 5개 이상의 시도당을 갖추고, 시도당마다 1,000명 이상의 당원을 확보해야 한다.
거액의 창당 자금을 들이는 것에는 위험이 따른다. 선거법상 ‘봉쇄조항’이라는 관문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선거법은 총선에서 특정 정당이 정당 투표에서 지지율 3% 이상을 획득하거나, 지역구 당선자 5명 이상을 낼 경우에만 비례대표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봉쇄조항을 통과한 건 21개 정당 중 4개(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에 불과했다. 기독자유당(정당 득표율 2.63%)은 봉쇄조항을 통과하지 못했다. 17개 정당이 막대한 선거비용만 쓰고 사라져버린 셈이다.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하면, 내년 총선 투표용지에 실제로 이름을 올릴 정당이 속출’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황교안 대표의 말이 ‘수사’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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