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신청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26일 0시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면서 50여시간 만에 자동 종료됐다. 이에 따라 ‘4+1(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 당권파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로 마련된 선거법은 새 임시국회 첫 본회의가 열리면 필리버스터 없이 바로 표결 절차에 들어간다.
우여곡절 끝에 선거법이 통과된다 해도 이게 끝이 아니다. 4+1 협의체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에 맞서 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 유치원 3법 처리 수순을 차례로 밟으려면, 임시국회 회기를 2~3일씩 잘게 쪼개 회의를 잇따라 열어야 한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부동산 ‘떴다방’처럼 열고 닫기를 반복하는 초유의 사태가 계속되는 셈이다.
패스트트랙 정국을 지켜보면 여야는 마치 국회법 허점 찾기 경쟁에라도 나선 듯하다. 예산 부수법안 수정안 70여건 무더기 제출(한국당), 예산 부수법안 없이 예산안 먼저 통과(문희상 국회의장), 임시국회 회기 변경 건에 대한 필리버스터 신청(한국당) 등이 대표적이다.
여야의 꼼수 경쟁은 26일에도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탄핵소추안이 본회의 보고 후 72시간 내에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는 국회법 조항을 역이용해 선거법 처리 본회의를 27일로 하루 늦췄다. 문 의장이 23일 본회의에서 27번째 안건이었던 선거법 개정안을 네 번째로 앞당겨 처리한 것도 정쟁의 소재가 됐다. 한국당은 필리버스터 권한을 막은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꼼수와 편법의 끝판왕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내놓은 ‘위성정당’ 창당 방침이다. 한국당이 공개리에 밝힌 대로 ‘비례한국당’을 창당하고, 민주당도 위성정당을 만들면 거대 양당이 의석 대부분을 나눠 먹는 지금과 다를 게 뭐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의원은 대화와 타협으로 민의를 수렴하는 자리다. 그런데도 여야가 마치 ‘입법 기술자’처럼 꼼수와 편법으로 상대방 뒤통수 때리기에 혈안이 돼 있다. 수명이 다한 20대 국회지만 치유 불가능 수준의 ‘임기 말 증상’에 국민적 탄식과 한숨 소리만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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