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98㎡ 아파트 두달 만에 1억3000만원 올라 8억5000만원
강남ㆍ양천 신고가… 매매가 상승은 주춤, 청약 시장은 뜨거워
학원가가 밀집한 서울 양천구 목동 2단지 아파트 전용 97.9㎡는 지난 19일 8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10월에 기록한 종전 최고 거래가(7억2,000만원)보다 두 달 새 1억3,000만원이나 올랐다. 인근 부영그린타운1차 전용 164.1㎡의 전세가도 지난달 말보다 1억5,000만원이나 오른 9억5,000만원에 지난 21일 거래됐다.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얼마 전 교육제도 개편으로 전세매물이 귀해졌는데, 여기에 12ㆍ16 부동산 대책으로 매매 실수요자까지 전세로 이동하면서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지난주 전격 발표한 ‘12ㆍ16 부동산 대책’의 후폭풍이 전세시장을 자극하고 있다. 대출 차단으로 매매 수요가 전세로 돌아선 데다, 입시제도 개편까지 맞물리면서 강남구, 양천구 등 이른바 ‘학군 수혜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모습이다.
26일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2ㆍ16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주요지역 전셋값이 잇달아 최고가를 경신했다. 한 달여 만에 1억원 이상 오른 단지도 나오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전용 161.4㎡ 전세는 지난 19일 22억5,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찍었다. 인근 래미안대치팰리스는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고, 월세를 낀 반전세 매물만 거래가 가능하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8㎡도 11월보다 1억원 이상 비싼 9억8,000만원에 지난 17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12ㆍ16 대책 발표 직후부터 다수 전문가들이 우려한대로다. 대출 없이는 매매가 어려워진 이들이 전세 수요에 합류하고, 집주인들이 늘어난 보유세를 전월세 가격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이 이날 발표한 12ㆍ16 대책 이후 첫 주(23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0.23% 올라, 지난주(0.18%) 대비 오름 폭이 더 커졌다. 이는 2015년 11월 이후 주간 기준으로 4년여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특히 강남구(0.52%)는 학군수요 증가와 매물 품귀현상 등으로 대치ㆍ도곡ㆍ역삼동뿐 아니라 자곡동 등 외곽지역까지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다. 양천구(0.56%)와 강서구(0.53%)도 전주(각 0.43%, 0.13%) 대비 오름폭을 키웠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정부 대책으로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 전세시장 불안은 더 커질 수 있다”며 “교통, 학군이 우수한 지역,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12ㆍ16 대책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0.20%)의 절반 수준인 0.10% 상승에 그치며 급등세가 한풀 꺾였다. 대책 직전 0.33% 올랐던 강남 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 매매가격 상승폭은 발표 이후 0.1%로 3분의 1토막 났다. 강남권은 15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어 대출 제약과 보유세 강화 등 이번 대책에 따른 타격이 가장 크다.
청약 시장은 여전히 뜨거웠다. 대책 발표 후 첫 강남권 분양인 송파구 북위례 ‘호반써밋송파 1ㆍ2차’는 평균 25대1(1차 16.14대1, 2차 33.86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됐다. 이 단지는 분양가가 모두 9억원을 넘겨 중도금 집단 대출이 안되고, 12ㆍ16 대책으로 청약 문턱이 높아졌음에도 청약 통장 3만여개가 몰렸다. 서대문구 홍제동 ‘e편한세상 홍제 가든플라츠’는 1순위 청약에서 59.93대1을 기록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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