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20분 공방… 기록 파쇄 놓고는 “증거인멸”“통상 절차”
검찰과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조 전 장관의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55ㆍ구속기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비위 감찰 무마 의혹을 놓고 치열한 사실관계ㆍ 법리 다툼을 벌였다. 검찰은 ‘친문(재인) 인사 청탁에 따른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권남용’을 주장했고, 조 전 수석 측은 ‘형사 책임 없는 정무적 판단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양 측은 감찰기록 파쇄가 증거인멸에 해당하는지를 둘러싸고도 다투는 등 모든 쟁점에서 첨예하게 맞붙었다.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권덕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에서 검찰과 조 전 장관 측은 4시간 20여분 동안 공방을 주고받았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 이정섭 부장검사 등 검사 4명과 조 전 장관 측 김칠준 변호사 등 변호인 8명이 참여했다.
검찰은 23일 청구한 구속영장에 적시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소명을 위해 조 전 장관의 감찰 중단이 불법행위임을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이던 2017년 12월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의 유 전 부시장 감찰을 돌연 중단시켰을 때 이미 유 전 부시장의 검찰 공소장에 적힌 뇌물수수 등 상당수 비위를 확인한 뒤였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 전 장관이 네 차례 감찰 보고를 받고도 통상적 절차인 최종보고서 작성을 하지 않은 채 아예 ‘없던 일’로 처리해버렸다고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의 진술과 청와대의 반박처럼 “정무적 판단”이라는 논리를 반박하는 데 주력했다.
검찰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보복 폭행 사건 관련 대법원 판례를 들기도 했다. 경찰청장 출신인 최기문 전 한화고문이 관할 서장에게 수사 중단을 청탁하고, 서장이 이를 일선에 지시한 것을 두고 경찰 수사권을 침해해 직권남용이라고 본 사례다. 조 전 장관의 감찰 중단 지시가 마찬가지로 특감반의 감찰 기능을 침해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이에 맞서 조 전 장관 측은 “’감찰 무마’는 처음부터 잘못된 검찰 프레임”이라며 반박했다. 조 전 장관이 감찰을 중단시킨 게 아니라 특감반이 알아서 감찰토록 하고 네 번째 감찰 보고서를 받았을 때 당시 유 전 부시장 소속 기관(금융위원회)에 이첩을 지시했다고 반론했다. 김칠준 변호사는 “감찰을 계속할지 감사원으로 보낼지, 해당 기관에 이첩할지 최종적으로 올라온 의견에 대해 비위사실을 기관 통보하면서 상응 조치를 취하도록 하라는 게 조 전 장관 지시사항이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구체적 이첩 과정에 직접 관여는 안 했고 나중에 (금융위의) 사표 처리를 알게 됐다”고 부연했다. 직권남용 법리 적용을 두고도 “수사권도 없이 사실조사만 하는 감찰반에 무슨 권리, 권한이 있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법률적으로 특감반은 민정수석 고유 업무 보좌기관일 뿐, 침해될 권한이 뚜렷하지 않다는 논리를 폈다.
유 전 부시장 감찰 기록 파쇄 의혹도 양 측간 첨예한 쟁점이 됐다. 검찰은 2018년 말 특감반 교체 때 감찰기록이 폐기된 정황을 파악하고 중대한 구속 사유로 꼽히는 증거 인멸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조 전 장관 측은 “이 사건과 무관하게 통상 절차대로 1년 이상 지난 다른 자료들과 함께 파쇄된 것이지 조 전 장관 지시로 이뤄진 게 전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구속수사가 필요한 것처럼 (검찰이) 몰아가는 것”이라 역공을 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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