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식 前 청와대수석 내정설에 노조 강력 반발
27일 3년 임기가 끝나는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의 후임자 선정을 두고 은행권이 시끄럽다. 세 차례 연속 내부인사를 승진시킨 관행을 깨고 청와대 출신 인사가 내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금융권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행장의 임기를 하루 앞둔 이날까지 정부는 차기 행장 내정자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수장은 금융위원회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2~3주 전 내정자를 발표해 온 관례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다.
문제는 차기 행장 후보로 관료 출신인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유력하다는 점이다. 청와대가 최근 임상현 기업은행 수석부행장,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과 함께 후보군으로 꼽혔던 반 전 수석을 최종 후보로 낙점했다는 후문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기업은행 노조는 “기업은행장은 청와대 수석 등 관료들의 재취업 자리가 아니다”라며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최근 당선된 금융노조 새 집행부도 취임일성으로 기업은행 낙하산 행장 저지를 밝힌 바 있다. 금융노조는 27일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총파업 카드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태도가 이처럼 강경한 것은 금융권의 해묵은 ‘낙하산 인사’가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은행장은 2000년대 들어 줄곧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등 관료 출신이 맡아오다 2010년 12월 조준희 전 행장 이후엔 세 차례 연속 내부 출신 인사로 채워왔다.
이번 기업은행장 인사가 내년 상반기에 임기가 끝나는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의 인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반 전 수석은 ‘예산통’은 맞지만 금융ㆍ은행 전문가가 와는 거리가 멀다”며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때도 외부인사를 임명한 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분위기 탓에 반 전 수석으로 기울었던 청와대가 다시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친노동 성향을 보인 현 정부가 임명을 강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27일 김 행장의 이임식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임기 만료 후에도 차기 행장이 임명되지 않을 경우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28일부터는 임 수석부행장의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된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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