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강제 수사 후 122일째입니다. 그동안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검찰의 끝없는 전방위 수사를 견디고 견뎠습니다. 혹독한 시간이었습니다.”.
유재수(55) 전 부산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한 혐의를 받는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은 26일 자신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조 전 장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포토라인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조 전 장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렸다. 조 전 장관은 오전 10시 5분쯤 겨울비가 내리는 법원 청사에 나타나 굳은 표정으로 “검찰 영장 청구 내용에 동의하지 못한다”며 “철저히 법리에 기초한 판단 있으리라고 희망하고 그렇게 믿는다”고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조 전 장관은 취재진의 ‘정무적 책임 외에 법적 책임도 인정하느냐’, ‘직권남용 혐의를 계속 부인하느냐’ 등 질문엔 침묵한 채 빠른 걸음으로 법정으로 들어갔다. 밖에서는 조 전 장관이 법원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힘내세요”라고 소리치는 지지자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영장실질심사는 식사 시간 없이 4시간 20분 정도 이어져, 치열한 공방을 예상케 했다. 오후 2시 55분쯤 심사를 마치고 수척해진 얼굴로 법정을 나선 조 전 장관은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대기 장소인 서울동부구치소로 이동했다. 대신 조 전 장관 측 김칠준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가 “조 전 장관은 처음부터 이 사안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분명히 다 밝혔고, 정무적, 법률적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도 오늘 분명 밝혔다”며 “‘다만 법적으로 이게 죄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조 전 장관 입장을 전했다.
한편 이날 서울동부지법 앞에는 40여명의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이 오전 9시부터 모여 ‘우리가 조국이다’,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조국 수호” 구호를 외치며 조 전 장관을 응원했다. 조 전 장관 구속을 요구하는 보수단체 회원들도 일부 보였다. 조 전 장관 도착 직전에는 이들끼리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일도 있었다. 법원 앞에서는 조 전 장관 지지자와 반대자들이 진행하는 집회도 연이어 열렸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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