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 “대기방출 시간 등 어려움, 힘든 결정 빠를수록 좋다”… 환경단체, 주변국 우려 증폭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처분 방식의 최종 결정권을 가진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수장이 해양 방류가 가장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산업성 산하 전문가 소위원회가 해양 방류와 대기 방출, 두 가지 병행 등 3가지 안을 제시한 상황에서 주변국들이 우려하는 해양 방류 쪽으로 자국 여론을 몰아가는 모양새다.
26일 교도(共同)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후케타 도요시(更田豊志) 원자력규제위 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해양 방류와 비교해 대기 방출은 시간과 비용 및 폐로작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더 어려운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등지에선 대기 방출 사례가 있지만 일본의 경우 처리시설을 새로 건설해야 하는데다 원자력규제위 심사에서 내진성 확인 항목이 많아 해양 방류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문가 소위가 제안한 해양 방류나 대기 방출 모두 기준을 엄격히 지키면 환경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양 방류를 둘러싼 후쿠시마현 인근 어민들의 우려와 관련, “힘든 결정이지만 판단은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 오염수 저장탱크의 용량으로 볼 때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원전 부지 내 저장탱크는 2022년 여름 포화상태에 이른다.
그는 “해양 방류는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아 원자력규제위 심사 기간이 반년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전문가 소위의 제안을 바탕으로 도쿄전력 주주들과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오염수 처분 방식과 시작 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후 원자력규제위가 일본 정부의 방안을 승인하면 도쿄전력이 실행에 옮기게 된다.
앞서 전문가 소위는 지난 23일 발표한 처분 방식에 대한 보고서 초안에서 “해양 방류는 국내 원전에서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가가 정한 기준치 이하로 희석해 바다에 흘리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3가지 안(案)을 제시하면서도 사실상 해양 방류에 무게를 둔 셈인데, 후케타 위원장의 회견은 정부 결정의 최종 승인권을 쥔 기관의 대표가 이에 맞장구를 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정상적인 원전에서 나오는 오염수와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를 일으킨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가 똑같을 수 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은 물론 유럽과 미국에서도 생태계에 심각한 해악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노심융용(멜트다운)으로 녹아 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주입한 냉각수가 유출되면서 고농도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오염수가 매일 170톤씩 발생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첨단장치로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고 있다지만, 트리튬(삼중수소)이 남아 있고 다른 핵종이 검출된 사례가 나오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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