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도로ㆍ인도에 무분별 주차 “공유서비스 인식 개선 필요”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지현(28)씨는 최근 길을 걷다 도로 한가운데 쓰러진 전동 킥보드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이면 도로였던 데다, 길가에 주차된 차량으로 가뜩이나 운신의 폭이 좁았던 탓이다. 김씨는 “지정된 곳에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공유 킥보드의 장점이긴 하지만 보행자나 운전자 입장에서는 어디에 쓰러져있을지 모르는 전동 킥보드는 두려운 존재”라고 꼬집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대표 격인 공유 킥보드가 여전히 길가의 애물단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도로나 인도에 무분별하게 주차된 일부 킥보드의 경우엔 차량이나 보행자들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킥보드를 건물 안이나 좁은 틈새에 숨겨 다음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수거 차량이 진입하기 어려운 골목 안이나 고층 건물 내부 등에 놓인 전동 킥보드는 공유 서비스 제공 업체에게도 부담이다.
서비스 업체에서 유통업계와 함께 선보인 킥보드 전용 주차장 또한 킥보드에 비하면 수가 현저히 적다. 국내 최대 규모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 ‘킥고잉’ 운영사인 올룰로는 올해 4월부터 서울시내 편의점과 마트, 백화점 등 100여곳에 킥고잉 전용 거치대 ‘킥스팟’을 마련했다. 제휴를 맺은 브랜드만 해도 현대백화점과 CU, 이마트 등 10곳에 달한다. 매스아시아에서 운영하는 ‘고고씽’도 올해 9월부터 서울 시내 20여개의 GS25 매장 앞에 대여ㆍ반납부터 배터리 충전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배터리 스테이션’을 설치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제휴 음식점 20곳에 전용 주차 구역을 설치한 ‘씽씽’ 운영사 PUMP 관계자는 “이용자 편의 및 안전과 더불어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이용률이 높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주로 건물과 건물 사이, 또는 대중교통 정류장에서 집까지 운행되는 공유 킥보드 특성상 주차장이 목적지와 멀리 있을 경우엔 이용률이 현저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정 거치대를 이용해야 한다면 ‘따릉이’보다 비싼 전동 킥보드를 이용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이용자들의 불평이 나오는 이유다. 업체들도 각종 할인 쿠폰을 통해 주차장 이용을 유도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이용률을 공개하기엔 이른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질서 있는 이용 문화를 유도해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 자체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며 “아직은 정착 단계라 이용률이 높진 않지만, 거점이 늘어나면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부터 서울 강남 지역과 대학가를 중심으로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한 공유 전동 킥보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엔 가깝고, 걸어 다니기엔 먼 거리를 의미하는 ‘라스트 마일’을 책임지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은 2017년 8만대 수준에서 2022년엔 20만~30만대 규모로 증가할 전망이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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