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세력ㆍ보수단체 간 실랑이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26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지법 앞은 ‘친조국’과 ‘반조국’으로 쪼개졌다. “영장 기각”을 외치는 조 전 장관의 지지자들과 “구속 찬성”을 요구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이어갔다.
조 전 장관이 출석하기 전부터 양측의 기싸움은 치열했다. 가까이서 조 전 장관을 배웅하려는 조 전 장관 지지자 30여명은 도착 예정 한 시간 전부터 서울동부지법 앞 포토라인에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우리가 조국이다’, ‘구속영장 기각하라’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조 전 장관을 기다렸다. 이 과정에서 뒤늦게 도착한 보수단체 회원들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을 밀치다, 법원 직원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본격적인 세대결은 오후부터 시작됐다. 동부지법 앞 도로를 사이에 두고 동부지법 정문 쪽에 보수단체 회원들이, 동부지법 건너편 소리공원에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이 자리를 잡았다.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12개 중대 800명의 경찰이 도로를 에워쌌다.
양쪽은 물리적 충돌은 피하면서도 어느 쪽이 더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는지를 두고 자존심 대결을 펼쳤다. 한쪽이 “조국”을 선창하면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은 “수호”를, 보수단체 회원들은 “구속”을 외쳤다. “구속영장” 구호엔 “기각하라”와 “발부하라”가 맞섰고, “공수처”엔 “설치하라”와 “반대한다”가 뒤섞이는 식이었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확성기로 “빨갱이들”이라며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을 조롱하기도 했다. 서초동과 광화문 집회에 이어 문정동에서도 진영간 세 대결이 치열하게 벌어진 셈이다.
조 전 장관 지지자를 자처한 김모(60)씨는 “어젯밤 한숨도 못 잤다”며 “검찰이 털다 털다 안 나오니 억지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분통이 터져 나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자신을 보수단체 회원이라고 밝힌 50대 여성은 “오늘은 조국이 구속되는 기쁜 날”이라며 “영장이 기각될 리가 없다”고 확신에 차 말했다.
퇴근시간인 오후 6시가 넘어가면서 집회 참가 인원은 불어났다. 조 전 장관의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친조국’과 ‘반조국’의 구호는 문정동 일대를 뜨겁게 달궜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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