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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남자’ 대신… ‘인재영입 1호’ 장애인 활동가 40대 최혜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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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남자’ 대신… ‘인재영입 1호’ 장애인 활동가 40대 최혜영 선택

입력
2019.12.26 17:52
수정
2019.12.26 22:2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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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꿈꾸다 23세 때 교통사고

척수 장애 얻고 장애 인식 개선 앞장

직장 교육 의무화 시행령 개정 주도

최교수 “정치를 한번 바꿔보겠다”

26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이해찬 대표가 총선 '영입인재 1호'인 최혜영 강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이해찬 대표가 총선 '영입인재 1호'인 최혜영 강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1호 영입 인재’로 40대 여성 장애인을 선택했다.

발레리나를 꿈꾸다 교통사고를 당한 뒤 장애에 대한 사회 인식을 바꾸는 데 매진해 온 최혜영(40) 강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주인공이다. 민주당 인재영입위원회 위원장인 이해찬 당 대표는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 교수 영입을 알렸다.

최 교수의 인생이 바뀐 건 신라대 무용학과에 재학 중이던 2003년, 23세 때였다. 빗길 교통사고로 사지마비 척수 장애 판정을 받은 그는 혼자서 일어설 수 없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재활훈련에 매달려 5년 만에 제 힘으로 휠체어에 앉을 수 있게 됐다. 이동통신사 전화상담원 면접을 본 날이 그의 인생을 또 한 차례 바꾸었다. 도저히 오를 수 없는 10개의 계단 앞에서 한 번, 면접관의 싸늘한 눈빛에 또 한 번 좌절했다. 그리고 장애인 사회 활동가로 ‘인생 2막’을 열기로 마음먹었다.

최 교수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한 뒤로 2009년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를 설립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강의를 다녔고,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인식 개선 홍보 모델로도 활동했다. 지난해 ‘모든 사업장에서 1년에 1회 이상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장애인고용법 시행령 개정을 주도한 것도 최 교수였다. 2017년엔 국내 척수 장애인으로는 최초로 재활학 박사학위를 땄다.

최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가진 게 없는 평범한 여성이지만, 저 같은 보통 사람에게 정치를 한번 바꿔보라고 등을 떠밀어준 민주당을 믿고 이 자리에 왔다”고 했다. 이어 “발레리나 시절엔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고 싶었다”며 “이제는 장애인 260만명의 눈물겹고 간절한 소망을 안고 그들과 훨훨 날아오르는 꿈을 꾼다”고 했다. 또 “여성 장애인들의 임신ㆍ출산ㆍ육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최 교수의 남편은 다이빙 사고로 사지마비 장애를 입게 된 수영 선수 출신 정낙현씨다. 정씨는 2014년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민주당은 당초 1호 영입 인사로 무명의 20대 남성을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여성 친화적 정책에 실망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 분노해 이탈한 2030 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됐다. ‘이남자’라고 불리는 20대 남성에 집중했다 젊은 여성 표심을 놓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민주당은 청년ㆍ여성ㆍ장애인의 목소리를 동시에 대변할 수 있는 최 교수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달 29일쯤 발표할 인재 2호가 20대 청년이라는 키워드에 부합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민주당은 최 교수를 시작으로 내년 설 연휴 전까지 10여명의 영입 인재를 순차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20대 총선을 앞두고 영입했던 양향자 전 최고위원과 김정우ㆍ김병기ㆍ김병관 의원, 오기형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1호 영입인사’로 발탁한 표창원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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