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독자 건조한 첫 항공모함 ‘산둥(山東)’을 지난 17일 실전배치한 이후 미국이 아닌 대만과 옥신각신하고 있다. 대만이 난데없이 중국의 공격 가능성을 부각시키면서다. 중국은 미국이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규정한 대만해협 군사작전을 어떻게 시행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에서 대만의 어깃장이 성가신 표정이다. 이에 “내달 11일 총통선거를 앞두고 반중 정서를 자극하려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자신의 경쟁 상대는 미국이지 대만이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인 국방안전연구원은 산둥함 배치 직후 공개한 보고서에서 “중국군이 2030년 4척의 항모를 투입해 대만 해방전쟁을 벌일 것”이라며 “주일미군과 미 태평양 함대가 반격하기 쉬운 대만해협이나 섬 동쪽이 아닌 섬 남쪽에서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대만 군부가 대만인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앞장선 셈이다.
중국은 대만의 호들갑에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겠냐”며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관영 환구시보는 26일 “대만 정부가 총통선거 승리를 위해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대만 방어망은 구멍이 많아 지금 당장이라도 점령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 강습상륙함과 전투기, 호위함 등 각종 전력을 나열하면서 “항모 4척까지도 필요 없다”며 “미군의 반격은 둥펑 미사일로 막으면 되기 때문에 대만해협을 바로 건널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산둥함 취역으로 항모 2척을 확보했고, 이미 3번째 항모를 만들고 있다. 이르면 2021년 4번째 항모 건조에 나선다.
대만을 향한 중국의 엄포는 사실 미국을 의식한 것이다. NDAA는 미 국방부가 대만해협에서 정기적으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하고 중국이 대만에 가하는 각 분야의 압력을 주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사실상 대만을 수호하기 위한 전방위적 지원방안을 담고 있어 실제 시행될 경우 중국으로서는 고역일 수밖에 없다.
이에 중국은 지난 22일 미 전역을 핵탄두로 타격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쥐랑(巨浪)-3’을 시험발사 했다고 워싱턴타임스(WP)가 24일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NDAA에 서명한 이튿날 기세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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