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49개 공공기관 감사 결과… 도로공사, 화장실 개선 공사비 휴게소 위탁운영업체에 떠넘겨
“휴게소 위탁운영업체가 입점매장에 물리는 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높습니다.”
지난 8월 고속도로 휴게소 라면값이 지나치다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분개하는 글을 썼던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우 의원은 24일 휴게소를 아예 한국도로공사 직영으로 돌리는 도로공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도로공사에 임대료를 내고 휴게소 운영 위탁권을 받은 민간업체가 입점매장 측에 다시 40~50%에 달하는 수수료를 책정하면서 결국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그런데 입점매장에 ‘갑질’을 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위탁운영업체들도 도로공사로부터 부당한 ‘사업비 떠안기’를 당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감사원이 발표한 ‘공공기관 불공정관행 및 규제 점검’ 감사 결과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2016년 휴게소 화장실 시설개선사업을 추진하면서 전체 사업비 415억여원 중 310억여원(75%)을 휴게소 운영업체에 떠넘겼다.
도로공사 내부규정 상 화장실 전반을 개량하는 사업은 공사의 자산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공사가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예산 부족을 이유로 위탁업체에 사업비를 떠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도로공사 사장에게 “휴게소 화장실 개선사업 비용을 휴게소 운영업체에 부담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고, 업체들에 대하여 합리적인 보상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도로공사를 비롯해 49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감사 결과 계약업체에 부당하게 비용과 책임을 전가하는 공공기관의 갑질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발생한 인지세 15억 6,000여만원을 전부 계약상대방이 부담하게 했다. 이처럼 인지세 전액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거나 공공기관보다 더 많이 부담하게 한 기관이 39곳에 달했다. 감사원은 “인지세 전체 금액(45억 원) 대비 계약상대방이 인지세를 부담한 금액(43억 7,000만원)의 비율이 97.1%에 달하는 등 상대적으로 약자 지위에 있는 계약상대방에게 더 많은 과세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는 용역 발주 후 사업계획 변경 등 공사 측 이유로 용역을 정지시키고도 계약업체에 지급하지 않은 지연보상금이 57억여원에 달했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서부발전 등 10개 공공기관은 입찰 예정가격 산정 과정에서 원가 계산 등을 통해 일률적으로 2~5.5%를 감액했다. 입찰 참여 업체들의 낙찰금액이 낮아지면서 부실공사, 저가 하도급 등의 폐해가 우려된다고 감사원은 꼬집었다. 공공기관 339곳의 부채가 503조원에 이르러 저가계약이나 비용전가 등으로 이어진다는 게 감사원 지적이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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