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범죄 인지 즉시 통보 조항은 수사검열” 반발
“수사 지연 가능성, 차라리 공수처가 檢에 통보하라” 맹공
검찰이 국회 ‘4+1 협의체’가 잠정 합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수정안에 강력반발하고 있다. 수정안에 포함된 ‘고위 공직자 범죄 즉시 통보’ 조항이 수사검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 공수처를 사실상 수용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정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과 함께 반발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26일 국회 협의체 합의안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공수처에 대한 범죄 통보조항은 중대한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검은 “압수수색 전단계인 수사착수부터 공수처에 사전보고 하면 ‘과잉수사’를 하거나 ‘뭉개기 부실수사’할 수 있다”며 “청와대, 여당과의 수사정보 공유로 이어져 수사 중립성 훼손 및 수사기밀 누설 위험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검찰은 원안에 없던 조항이 4+1 협의 과정에 갑자기 포함된 절차상 문제도 지적했다. 대검은 “기존 패스트트랙안의 중대한 내용을 변경하는 수정안으로 수정의 한계를 넘어섰다”며 “사개특위, 법사위에서 공식적으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사항이 갑자기 포함된 것으로, 통상의 법안 개정 절차와 비교해보더라도 절차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권은 ‘수사의 중복, 혼선이나 사건의 암장을 막기 위해 의무보고 조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검찰은 여기에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대검은 “소규모의 공수처에서 전국 단위 검ㆍ경의 사건을 다수 이첩 받아 가면, 즉시 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지연하는 등 오히려 사건 암장의 문제가 생긴다”며 “수사 중복이 문제라면, 공수처가 수사개시 내용을 검ㆍ경에 통보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날을 세웠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감안할 때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사의 독립성을 명목으로 경찰의 수사개시는 검찰에 통보하지 않도록 하면서, 공수처에 검찰 수사를 착수 단계부터 보고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대검 관계자는 “수사권조정안은 검ㆍ경의 수사가 경합할 경우 ‘먼저 영장을 신청한 기관이 어디인지’ 등 기준에 따라 수사 주체를 결정하도록 하지만, 공수처는 수사 여부를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 동안 검찰은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적극 입장을 내면서도 공수처에 대해선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내부 구성원들에게 입 단속을 지시하기도 했다. 수사권 조정은 검찰이 당사자이지만, 별도의 기구 설치에까지 불만을 표명할 경우 도리어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한 조치였다.
검찰의 입장이 크게 선회한 것은 의무보고 조항이 통과될 경우 기존 형사사법체계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 내부에서는 반발 기류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일부 검사들은 “최근 청와대와 여권을 겨냥한 수사를 확대하자 검찰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으로 독소조항을 들고 나온 것 아니겠느냐”는 불만이 토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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