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국제결혼 방송광고 허용’ 방안에
여가부도 “부작용 우려” 반대입장 밝혀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 하반기까지 ‘국제결혼 중개업’의 방송광고를 허용하도록 방침을 정한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중개 국제결혼에 찍힌 ‘매매혼’ ‘상향혼’이란 낙인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를 방송광고로까지 홍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 부처인 여성가족부에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는 25일 혁신을 가로막는 경쟁제한 규제 개선방안을 내놓으면서 ‘국제결혼중개업 방송광고 허용’을 포함시켰다. 현행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국내결혼과 달리 국제결혼 중개업은 방송광고 금지 대상이다. 정부는 2009년 국내결혼 중개업의 방송광고에 대한 규제는 풀었으나, 당시 국제결혼의 경우 ‘건전화’가 필요하다는 이유 및 여러 부작용을 우려해 관련 논의를 미뤄둔 바 있다.
문제는 중개를 통한 국제결혼이 맞선부터 결혼식까지 평균 4.4일(2017년 국제결혼 중개업 실태조사 결과ㆍ여가부)이 걸리는 등 애초에 사랑이나 애정이 싹틀 시간적 여유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놓은 실태조사에서는 이주여성의 42.1%가 가정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올해 7월에도 베트남 여성이 한국인 남편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제결혼 중개업의 방송광고 허용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중개 국제결혼은 이전부터 성 상품화를 비롯해 사기, 위장결혼, 가정폭력 등 사회적 문제가 불거져 법 제ㆍ개정을 통해 양지로 끌어오려고 했으나 실패했다”며 “아무리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해도 정부가 방송광고까지 허용하면서 이를 장려해야 하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여가부에서도 공정위가 내놓은 관련 개선방안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이의 제기를 해둔 상황이다. 여가부 다문화가족과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국제결혼의 중개행위 자체가 지금처럼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방송광고를 허용할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방송통신심위원회를 통해 공정위에 명확한 반대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방심위는 국제결혼 중개업의 방송광고 허용 여부를 가리는 소관부처다.
공정위 측은 이에 “사업자 입장에서 경쟁을 가로막는 규제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마련한 내용”이라며 “구체적인 심의규정 등은 방심위 등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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