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선박들… 음주운항 작년보다 36% 늘어

112건 적발… 사고도 10건→17건

해양경찰관이 레저보트 조종자를 상대로 음주 측정을 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제공

지난 10월 9일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조업을 마치고 입항하던 어선이 여객선과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어선 선장 A(65)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270%의 만취 상태였다. A씨는 해양경찰에 “혼자 출항해 조업을 하다가 배가 고파 소주 3명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올 9월 19일 목포 앞바다에서는 어선 선장 B(58)씨가 지인과 소주 1.8ℓ를 나눠 마시고 운항하다가 해경 단속에 적발됐다. 단속 당시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78%에 이르렀다. 2차례 동종 전과가 있는 B씨는 적발 당시 집행유예기간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7월 6일 인천대교 인근 해상에선 혈중알코올농도 0.047% 음주 상태로 레저보트를 몰던 조종자가 단속됐다. 4월 20일 전남 완도 해상에선 승객 20여명을 태운 여객선을 혈중알코올농도 0.058% 상태로 몰던 선장이 적발됐다.

이처럼 올해 해상에서 술에 취해 선박을 몰다가 해경에 적발된 건수가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음주운항 적발 건수는 이달 22일 기준 112건으로, 지난해 82건보다 36% 증가했다. 해사안전법상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이면 음주운항으로 처벌 받는다.

화물선과 낚싯배 음주운항 적발 건수는 지난해 각각 1건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각각 7건과 8건으로 크게 늘었다. 많은 승객을 태우고 운항하는 여객선과 도선 경우 지난해에는 음주운항이 없었으나 올해는 2건이 단속됐다. 같은 기간 어선은 48건에서 55건, 레저보트도 17건에서 19건으로 각각 늘었다. 예인선과 부선 음주운항도 지난해 7건에서 올해 10건으로 증가했다.

음주운항으로 인한 사고도 지난해 10건에서 올해 17건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다행히 사망 등 큰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해경은 지난 2월 28일 발생한 러시아국적 화물선 씨그랜드호 부산 광안대교 음주충돌사고를 계기로 3월 말부터 화물선과 여객선 2,714척에 대한 음주운항 집중단속을 벌였다. 7월부터는 매달 전국 동시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해경은 내년부터 해역별 취약시기와 선박 종류별 특성에 맞는 단속방법과 시간대를 선택해 단속을 벌일 방침이다.

해경 관계자는 “어선의 경우 해상에서 식사나 조업 중 음주를 하는 경우가 많아 시간대를 고려해 검문검색 활동과 함께 항공순찰도 병행할 것”이라며 “낚싯배와 동력수상레저기구는 입항 직전 단속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