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하급자 상대로 한 성적 발언”
“징계처분 다소 과중” 1심 판결 깨고 “징계는 적법”
회식 자리에서 여군에게 모 브랜드 티셔츠는 섹시한 여자가 입는 것이라는 말을 한 해군 부사관의 징계는 마땅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해당 발언이 하급자를 향한 성적 발언에 해당하고, 같은 성별의 부대원에게 위화감이나 불쾌감을 줬다는 이유에서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행정2부는 해군 부사관 A씨가 부대장을 상대로 낸 ‘견책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준 1심을 깨고 “징계는 마땅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8월 7일 저녁 경북 포항의 모 음식점에서 열린 회식자리에서 나왔다.
당시 A씨는 건배 제의를 위해 일어선 여군에게 “OO브랜드는 섹시한 여자가 입는 것 아니냐”고 해 물의를 빚었다. 앞서 “회식 자리에 이런 옷 입고 오면 안 되고, 이런 옷은 아가씨들 만날 때나 입어야 하는데”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 일로 A씨는 같은 해 8월 말 징계위원회에서 견책 처분을 받았고, 이에 불복해 해군 제1함대 사령부에 항소를 제기했으나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냈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이런 옷은 아가씨들 만날 때 입어야 하는데’라는 말을 한 적이 없고, 설령 행위의 정도 등에 비춰 견책 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회식에 참석한 상당수 부대원의 진술이 일관되고 일치하는 점으로 볼 때 징계 사유와 관련한 말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다만 회식 분위기, 발언의 내용, 횟수 등을 고려하면 징계처분은 다소 과중하다”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당시 회식 분위기가 매우 자유로워 일부 부대원이 건배 구호로 욕설에 가까운 표현을 한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이는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다만 원고의 행위는 상급자가 개별 하급자를 상대로 한 성적 발언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의 행위는 해당 하급자 또는 같은 성별의 다른 부대원에게 위화감이나 불쾌감을 줬다”며 “원고에 대한 견책 처분은 적법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지 않은 1심 판결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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