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비자가전 박람회 ‘CES 2020’(내년 1월7~10일)을 앞두고 가열되고 있는 LG전자와 삼성전자의 ‘8K TV’ 공방전이 정작 CES 기간엔 ‘휴전 모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CES 주최 측이 참가업체의 다른 업체 비방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CES 행사를 주관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전시 참가 계약서 약관에 비방 행위 금지 조항(21조)을 뒀다. 참가업체가 자사 전시장에서 영상이나 음향, 현장 발언 등을 통해 비방 행위를 했다는 신고가 접수될 경우 CTA 차원에서 조사해 제재한다는 내용이다. 제재는 1차 비방 중단 요청, 2차 법적 고발로 진행되며, CTA의 요구가 수용될 때까지 전시 부스를 강제 폐쇄하는 조치가 병행된다. 계약서 약관 19조에는 참가업체는 부스에 오직 자사 제품만 전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이 또한 타사 제품에 대한 비방을 차단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CTA의 이런 사전 규제에 따라 지난 9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에서와 같은 삼성-LG 간 ‘TV 전쟁’이 CES에서 되풀이되진 않을 전망이다. IFA 당시 LG전자는 전시장에 양사 TV 제품의 화질을 비교 시연하는 코너를 만들고 담당 임원이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삼성 TV는 픽셀 수 아닌 해상도 기준으로 보면 8K가 아니다”라고 공격했다. 이후 양사의 갈등은 언론 브리핑, 공정거래위원회 맞제소 등으로 번졌다.
CES가 전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행사인 만큼 두 회사 스스로 갈등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글로벌 TV 시장의 양대 강자인 두 회사가 적대적인 점유율 경쟁에 치중하는 통에 시장 확대보다는 중국ㆍ일본 경쟁업체에 반사이익만 안기는 역효과를 낸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던 탓이다. 앞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10월 우리나라 전자산업 60주년 기념행사에서 “같은 업종 내 대기업 간 협력이 중요하다”며 “내부 갈등이 경쟁자들의 어부지리가 되지 않도록 성숙한 경쟁문화로 발전해야 한다”며 양사에 에둘러 조언하기도 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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