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상윤이 속내를 고백했다.
이상윤은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모처에서 진행된 SBS ‘VIP’ 종영 인터뷰에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미움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미소를 지었다.
지난 24일 종영한 ‘VIP’에서 이상윤은 박성준 역으로 분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극 중 VIP 전담팀 팀장이자 주인공 나정선(장나라)의 남편이었던 박성준은 혼외자식이라는 공감대를 갖고 있는 인물인 온유리(표예진)와 불륜을 저지르는 뻔뻔한 모습으로 안방극장 ‘분노 유발자’로 활약했다.
극이 나정선의 감정선을 따라 진행됨에 따라 시청자들의 분노는 불륜을 저지르고도 적반하장으로 이혼을 요구하고, 아내의 상처 대신 불륜녀의 아픔을 먼저 챙기는 박성준(이상윤)에게 향했다. 특히 그 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다정다감하고 바른 이미지로 사랑 받아왔던 이상윤의 반전 이미지 변신은 시청자들에게 일종의 ‘배신감’까지 선사하며 캐릭터를 향한 더 큰 분노를 자아냈다.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이상윤은 “요즘 세계 곳곳에 계신 시청자 분들에게서 밉다고 연락이 온다”며 “고등학교 친구가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데, 요즘에 캐나나 교민 분들도 ‘VIP’를 정말 많이 보신다고 하더라. 다들 한 목소리로 (박)성준이를 욕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 같은 반응은 작품 시작 전 이상윤이 예상했던 결과이자, 의도했던 연기에 따른 값진 성과였다. 이상윤은 “작가님이 박성준이라는 캐릭터를 쓰실 때부터 저를 생각하면서 쓰셨다더라. 절대 그렇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불륜을 저지르는 이야기를 쓰고 싶으셨다더라”며 “저 역시 성준이라는 인물을 통해 기존 이미지와 다른 데서 오는 배신감을 드리고 싶었다. 많은 분들이 욕을 해주시는 걸 보면 반전을 꾀했던 저의 의도가 정확히 들어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캐릭터에 대한 몰입과, 전개가 거듭될수록 도드라졌던 다소 답답했던 캐릭터 설정이 더해지며 박성준을 향한 비난의 화살은 ‘배우 이상윤’에게로 향했다. 그로서는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이상윤은 이 같은 반응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도, 자신의 연기에 대한 반성을 덧붙이며 앞으로의 성장을 다짐했다.
“성준이가 욕을 먹는 것은 기분이 좋아요. 실제로 박성준이 미움을 받아야 하는 것도 맞고요. 보시는 분들이 드라마에 몰입을 해서 봐 주셨다는 점에서 굉장히 기쁘죠. 그런데 점점 그 욕이 이상윤에게 흘러 들어오니까 가슴이 아프더라고요.(웃음) 하지만 한 편으로는 제가 연기를 잘 못 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해주신 것 같아서, 제가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앞서 일부 시청자들은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사량이 없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성향의 성준 캐릭터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해 왔던 바, 이상윤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한 생각도 덧붙였다.
“성준이라는 인물에 대한 답답함이 너무 커서 그런지 ‘연기가 일관되다’라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저는 나름 연기를 했지만, 보시는 분들이 그 연기가 보이지 않으셨다고 하신다면 제가 잘못 연기 한 거라고 생각해요. 성준이라는 인물이 일상에서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숨기는 성격이다 보니 연기를 할 때도 정말 내색을 하지 않는 편을 택했던 것 같아요. ‘VIP’ 자체가 정선이의 시점에서 흘러가는 드라마라고 생각해서 성준이의 감정선이나 이야기를 최소화 한 것이 작가님의 의도가 아닐까 싶었거든요. 그래서 속으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설정을 택했는데, 이제와 돌이켜 보면 조금 더 감정을 드러냈어야 하나 싶기도 해요. 다음 작품에서는 조금 더 공감 받을 수 있는 연기를 할 수 있게 노력해야죠.”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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