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회 학술 부문 수상작 ‘3월 1일의 밤’
3월 1일의 밤
권보드래지음
돌베개 발행ㆍ647쪽ㆍ2만7,000원
2019년은 학술 분야에서도 풍성한 결실이 쏟아졌다. 올해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었던 만큼 한국 근현대사를 심층 분석한 저술이 유난히 큰 주목을 받았다. 정종현의 ‘제국대학의 조센징’은 식민지 엘리트의 이력을 분석한 역작이다. 또 김두식의 ‘법률가들’은 현대 한국의 법조계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를 깊이 있게 분석하여 설득력 있는 해석을 제시하였다. 이 책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도 불리는 사법부, 그 역사에 적지 않은 오점이 감춰져 있다는 사실을 규명하였고, 그런 점에서 심사위원들은 이 책에 대한 상찬을 아끼지 않았다.
올해에는 노학자가 평생을 바쳐 이룩한 대작도 관심을 끌었다. 백종현의 ‘한국칸트사전’은 귀중한 학문적 결실로서, 이미 학계 내부에 진지한 토론을 유발하였다. 앞으로 한국의 칸트 학자들 사이에서 큰 성취가 있기를 소망한다.
심사위원들은 본선에 오른 여러 책들을 호평하면서도, 수상작을 가리는 데는 전혀 망설임 없이 한 권의 노작을 선택했다. 권보드래의 ‘3월 1일의 밤’을 금년 최고의 학술서로 평가한 것이다.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3ㆍ1운동 100주년이기도 한 지금 “3ㆍ1운동 때 돌 한 번 던지곤 다시는 역사에 떠오르지 않은 수많은 무명씨들”을 역사의 무대 위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하였다.
저자는 독립 만세의 주역이었던 시골 노인, 학생, 농민, 노동자, 기생의 목소리를 생생히 재현하였다. 그들 ‘무명씨’들이 말과 행위를 통하여 한국사의 전개에 다양한 방법으로 기여했다는 점을 입체적으로 조명하였다. 저자는 이 책에서 문학적인 상상력을 펴는 동시에 역사적 상상력까지 발휘한다. 한 사람의 학자가 문학과 역사의 양 날개를 자유롭게 사용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3ㆍ1운동이 오늘날 한국인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끊임없이 고심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본다.
저자의 서술방식은 참신하면서도 도전적이라고 하겠다. 그가 현대사의 해묵은 과제에 ‘3월 1일의 밤’으로 멋지게 응답한 것은 이제 우리 시대가 공유할 문화적 자산이 되었다.
백승종 역사가, 한국기술교육대 겸임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