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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How] ‘싱크홀’ 날벼락… 파손된 내 차ㆍ내 집 누가 책임지나?

입력
2019.12.27 09:00
수정
2019.12.2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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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더 늦기 전에 배관 노후화 전수조사 실시해야” 

2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신축공사 현장 옆 도로에서 '땅 꺼짐' 현상이 발생, 경찰이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2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신축공사 현장 옆 도로에서 '땅 꺼짐' 현상이 발생, 경찰이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갑자기 내 주변 땅이 꺼져 버린다?’

상상만 해도 무서운 일인데요. 최근 이 무서운 일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습니다. 서울 여의도, 경기 고양, 부산 등지에서 ‘싱크홀’(Sink Holeㆍ땅꺼짐 현상)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공사 현장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1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21일에도 경기 고양시 한 오피스텔 공사장 인근 도로에서 싱크홀이 발생했고, 11일 부산 북구 만덕대로에서도 싱크홀이 발견돼 일부 차로의 교통이 통제되는 등 혼란이 빚어졌습니다.

최근 잇따라 들려오는 싱크홀 사고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69건이었던 싱크홀은 2015년에는 186건, 2016년 255건, 2017년 279건, 2018년 338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싱크홀은 과거에도 우리 주변에서 꾸준히 발생해왔습니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더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8월 1일 오전 서울 중구 무교동 한 도로에 싱크홀이 발생, 구청 관계자 및 공사 관계자들이 수습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8월 1일 오전 서울 중구 무교동 한 도로에 싱크홀이 발생, 구청 관계자 및 공사 관계자들이 수습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싱크홀은 왜 생기나요?

어떤 이유로 땅 꺼짐 현상 ‘싱크홀’이 생기는 걸까요?

전문가는 싱크홀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을 물이라고 했습니다. 안전전문가 이송규(기술사) 박사에 따르면 지하에 매설된 상ㆍ하수도관, 가스관 등이 노후화 되면서 그 안에 흐르던 물이 밖으로 나오게 되고 이 물은 주변 땅에 동공(구멍)을 만들게 됩니다.

동공이 생긴 땅은 자극에 약해지기 마련인데요. 비가 오거나 옆에서 공사를 하는 등 자극이 가면 지반이 내려 앉거나 싱크홀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보상ㆍ책임은 누가?

싱크홀로 놀란 마음도 잠시, 당장 내 차가 파손되고 내 집이 무너지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싱크홀로 차량이나 집 등이 파손됐다면 누가 책임을 지는 걸까요? 보상은 받을 수 있을까요?

차량 운행 중 싱크홀로 피해를 입은 경우는 자동차보험 ‘자기차량손해담보’ 가입 차량의 경우에만 보험금 지급이 가능합니다. 일명 ‘자차보험’이라 부르는 건데요. 자차보험 가입자가 화재, 폭발, 도난, 재해 등으로 차량이 부서지는 등 피해를 입었을 때 보험 회사 측에서 수리비 등을 지급합니다. 이후 보험사는 지방자치단체나 국가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데요. 이때 싱크홀 원인에 따라서 구상금 지급 여부가 결정됩니다.

지난해 7월 11일 낮 12시 30분께 부산 도시고속도로 번영로 원동에서 서울 방향 200m 지점에 가로 2m, 세로 1m, 깊이 5m가량의 싱크홀이 발생해 교통이 통제 중이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11일 낮 12시 30분께 부산 도시고속도로 번영로 원동에서 서울 방향 200m 지점에 가로 2m, 세로 1m, 깊이 5m가량의 싱크홀이 발생해 교통이 통제 중이다. 연합뉴스

건물이 무너지는 등 피해를 입은 경우는 보상 과정이 길어질 수 있는데요. 싱크홀 원인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상ㆍ하수도 관리 부실 등 인프라가 싱크홀 원인이라면 지자체나 정부 부처가 책임을 져야 하고요. 주변 공사 등으로 인한 지반 침하가 원인이라면 해당 시공사가 보상 책임을 져야 합니다.

책임 소재를 가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보상을 받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책임 소재를 먼저 따진 뒤 그에 따라 배상이 이루어지는 것이죠. 도로 관리 등이 제대로 안 돼 사고가 발생한 거라면 관련 기관들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 책임 소재 확정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국가에서 긴급 생계비 등을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싱크홀의 원인으로 거론되는 것이 다양하기 때문에 명확한 원인을 밝혀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2014년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일대에서 발생한 싱크홀 경우에도 발생 원인으로 잠실 롯데월드타워 공사, 서울 지하철 9호선 공사, 상ㆍ하수도 배관 누수 등이 거론됐습니다. 서울시는 전문가 10명이 참여한 조사단을 꾸려 원인 규명에 나섰고 같은 해 8월 14일 지하차도 하부를 지나는 지하철 9호선 3단계 터널 공사 때문에 싱크홀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후 ‘석촌호수 주변 안전관리 전담팀’을 꾸려 조사한 결과 2016년 석촌호수 주변 지반에는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대비는 어떻게 해야?

이송규 박사는 싱크홀을 막기 위해서는 전국 지하에 묻혀 있는 상ㆍ하수도, 가스관 등 배관들의 노후화가 어느 정도 진행 됐는지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박사는 “이 배관들이 지하에 있기 때문에 전수조사를 위해서는 인력과 비용이 많이 든다”며 “굉장히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꼭 해야 하는 작업”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산업화 이후 40, 50년이 지났으니 배관 등이 노후화가 됐을 거다. 앞으로는 배관 등이 30년 이상 된 경우 교체를 해야 한다는 제도 등을 만들어 버리면 좋다. 해외에서는 사용연한을 정해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상ㆍ하수도관을 무조건 교체하는 제도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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