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노동시장에서 가장 아픈 부분은 40대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성만으로 국한해서 보면 40대만이 아니라 30대와 50대 일자리도 고용 둔화가 나타났다. 1월부터 10월까지 평균을 보면 전년 동기에 비해 30대부터 50대까지 남성 고용률이 0.8% 감소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과 직종별로는 생산 관련 직군이 같이 감소하고 있어서 전반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핵심인 제조업 핵심노동력 일자리가 위협을 받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최근 제조업은 대외적인 리스크가 커지고 있고 생산과 고용이 부진해지고 있다.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2.1%, -0.8%, -0.7%로 줄어들었고 제조업 고용은 최근인 올해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취업자가 7만6,000명 감소했다. 반면에 수출입은행 통계로 보면 제조업 해외 투자는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증가치가 약 34억 달러로 141% 증가를 보여준 바 있다. 업종별로는 전기, 화학, 자동차에서 해외 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
우리 제조업 일자리가 크게 힘 한번 쓰지 못하고 주저앉을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거의 누구나 다 아는 불편한 진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제조업으로 일어선 나라이고 서비스업 경쟁력은 형편없으니 그저 제조업의 위기감을 확산시키지 말자는 묵시적 동의가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이 오겠지 하고 근거 없는 희망을 품고 있다.
최근 그런 근거 없는 희망의 한 사례가 현대자동차 공장의 무선인터넷 차단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공장가동 시간만큼은 무선인터넷 사용을 금한다는 회사 측 조치가 노사 합의 위반이라는 반발을 보면서 이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는 현실로 인해 더욱 제조업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생산라인이 느슨하게 돌아가고 있고 그리고 작업장 안전 문제는 노조에도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는 노사 모두에 생산관계의 원칙을 다시 돌아보아야 할 과제도 던져주고 있다.
사용자는 자본을 투자해서 생산 설비를 제공한다. 자본은 투자한 설비로부터 충분한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새로운 설비를 해외에 투자하거나 기존 공장을 닫고 설비를 이전한다. 사용자가 섣불리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려면 설비나 장비를 효율적으로 다루고 최대치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의 역량이 필요하다. 독일 노사가 모두 인정하듯이 아무리 독일 제조업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생산방식이 바뀌더라도 노동력이 가진 높은 수준의 역량을 배제한 생산방식을 따르지는 않는다는 것이 그 사례이다.
우리는 어떤가. 제조업에서 새로운 설비, 로봇, 인공지능 등으로 자동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추진되고 있고 노동력이 가진 역량은 빠르게 반감되고 있다. 독일이나 일본 제조업보다 두 배 이상 산업현장에서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사람이 가진 역량이 생산현장에서 중요하지 않기에 연구개발 투자는 세계적 수준에서 이루어지지만 역량 개발을 위한 시간과 돈의 투자는 관심이 없다. 교육훈련이 적고 안전사고는 많은 후진적 생산방식이고 어느 순간 해외로 이전해도 설비만 좋으면 경쟁력에 문제가 없다. 다만 그런 화전민 방식의 제조업은 결국 시간이 흐르면 후발주자들에게 따라 잡힐 수밖에 없다.
주어진 시간에 효율적으로 일하고 특근을 없애고 특근할 시간에 대신 재훈련을 받아야 현재의 무한경쟁 파고를 넘을 수 있다. 대신 사용자는 생산성을 확보한다면 현재의 초과근로 수당을 기본급으로 인정하고 작업 시간 외에 훈련시간도 보상을 해주는 노사 상생협약을 맺어주어야 한다. 아울러 작업 시간 중 무선인터넷 사용보다 작업 이후 무선인터넷을 활용한 원격훈련을 유급으로 받도록 해달라고 투쟁하는 노조가 필요하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