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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상 심사평] 유려한 번역... 몇년간 아깝게 수상 놓쳐

입력
2019.12.27 04:40
수정
2019.12.27 11: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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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회 번역 부문 수상작 ‘아름다움의 진화’

아름다움의 진화

리처드 프럼 지음ㆍ양병찬 옮김

동아시아 발행ㆍ672쪽ㆍ2만5,000원

올해 번역 부문 심사에서 다수 심사위원의 추천으로 경합한 것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방랑자들’과 조류학자 리처드 프럼의 ‘아름다움의 진화’였다. ‘방랑자들’을 우리말로 옮긴 최성은 교수는 국내에 희소한 폴란드 문학자이자 번역가로 토카르추크의 작품들은 물론이고 199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의 작품들도 그간에 번역 소개해왔다. 비단 ‘방랑자들’ 번역의 성취뿐 아니라 폴란드 문학을 한국에 알리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아름다움의 진화’를 옮긴 양병찬 역자는 생명과학분야 전문번역가로 최근 몇 년간 괄목할 만한 번역물들을 내놓았다. ‘자연의 발명’이나 ‘핀치의 부리’ ‘의식의 강’ 등의 번역서들이 해마다 출판문화상 예심과 본심에서 거론되었고 아깝게 수상을 놓친 적도 있었다.

이번 심사에서는 이렇듯 올해의 번역서뿐 아니라 역자의 과거 업적과 노력에 대해서도 합당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합의에 따라 자연스레 ‘아름다움의 진화’를 수상작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노벨상 수상작으로서 ‘방랑자들’에는 많은 대중적 주목이 주어진 면도 고려했다.

‘아름다움의 진화’는 진화생물학에서 그간에 변방에 밀려나 있던 다윈의 심미적 성 선택 이론을 조류의 성 선택 작동 방식에 대한 해명을 통해서 복권시키고 있는 흥미로운 저작이다. 진화생물학의 주류 이론은 성적 장식물과 그 과시의 목적이 실용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데 있다고 본다. 아름다움을 철저하게 효용과 관련 지어 해석하는 것인데, ‘아름다움의 진화’는 그와 반대로 성 선택이 생존능력과 생식능력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자연선택이라는 관점에서는 퇴폐적으로까지 보이는 성 선택의 특이성이 바로 아름다움과 미적 진화의 독자성을 입증한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미적 진화의 새로운 이론은 인간의 미의식과 미적 체험에 대한 이해에도 상당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정확하고도 유려한 번역을 통해서 수준 높은 과학 교양서를 한국어로 쓰인 책처럼 읽도록 해준 역자의 역량과 노고에 감사를 표하며 축하를 전한다.

이현우 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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