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암사 장례위원회는 25일 “한국 불교계 대표적 선승으로 꼽히던 적명(寂明) 스님 장례를 28일 오전 10시30분 사찰 내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장으로 치르겠다”고 밝혔다.
장례위 관계자는 “조문은 받지만 조화나 조의금은 모두 사절하니 혜량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적명 스님은 지난 24일 봉암사 뒤 희양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스님이 발을 헛디뎌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1939년 제주에서 출생한 적명 스님은 21세 때 출가해 평생 참선 수행에 매진했다. 1966년 해인사에서 자운 스님에게서 구족계를 받은 뒤 통도사와 백양사 선원장을 거쳐 2007년에는 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2009년부터는 봉암사 수좌로 수행했고, 2018년에는 조계종 스님 중 최고 품계인 대종사에까지 올랐다.

그가 10여년 머물렀던 봉암사는 신라시대 때 창건된 사찰로, 연중 딱 한번 부처님오신날에만 산문을 개방하는 수행도량이다. 1940년대 말 성철ㆍ청담ㆍ향곡 스님 등이 모여 현대 한국 불교의 새 역사를 도모한 ‘봉암사 결사’로도 유명하다.
적명 스님은 일찍부터 봉암사의 수장인 조실 자리에 추대 받았지만 이를 마다하고 자신은 일개 수좌일 뿐이라며 스스로를 낮췄다. 그는 평소 “지견이나 지혜는 행동으로 표현되고 인품도 밖으로 드러난다”라며 “금광에서 캐낸 금도 제련을 해야 순금이 된다”라며 수행정진을 강조해왔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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