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과 안되면 정부 예산 운영 차질
연말 국회가 여야 간 정쟁의 장(場)이 되면서 내년도 정부 예산의 집행 근거인 예산부수법안의 연내 처리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야가 지역구 예산을 챙기는 데는 열을 올려 놓고, 나라 살림에는 손을 놓았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르면 26일 열리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부터 표결한 뒤 예산부수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예산부수법안이 올해 안에 통과되지 않을 경우 정부 예산 운용에 차질을 빚게 된다. 민주당은 본회의를‘회기결정 안건→선거법 표결→예산부수법안 상정ㆍ표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상정’ 순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회 분위기를 보면 예산부수법안 처리를 장담할 수 없다. 지난 23일처럼 법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재현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당시 여야는 예산부수법안 22개를 먼저 처리하겠다며 본회의를 열었지만, 민주당은 예산부수법안을 단 2건만 처리하고 나서 선거법 개정안을 기습 상정했다. 한국당이 선거법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의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시작하면서 법안 처리는 중단됐다. 게다가 민주당이 다음 본회의를 예정보다 하루 늦춘 27일에 열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예산부수법안 처리는 더 밀리게 됐다.
한국당도 무고하지 않다. 한국당은 예산부수법안 한 건당 수십 건의 수정안을 제출, 선거법 처리 시간 끌기를 시도했다. 한국당은 26일 또는 27일 열린 본회의에도 수백 건의 수정안을 제출할 가능성 크다. 민주당은 25일“300여개의 수정 법안으로 본회의를 지연시키고 국민들이 외면하는 필리버스터로 국회의 권위를 무참히 짓밟은 한국당”(이재정 대변인)이라고 비판했을 뿐, 예산부수법안 처리를 위한 본격적 협상은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한 일본 수출 규제 대응 법안인 소재ㆍ부품 특별법도 국회에 묶여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8월 “내년 예산안 편성은 올해 논의하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방안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말 뿐이었던 셈이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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