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프리미엄 TV 시장의 대표 상품 ‘8K TV’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성탄절 휴일엔 외부기기 연결단자가 설전의 주제였다. 다음달 7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 박람회 ‘CES 2020’에서 8K TV 신제품 공개로 진검 승부하게 될 두 회사가 기선 제압을 위한 전초전을 치르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25일 “HDMI인증센터로부터 업계 최초로 8K HDMI 2.1 영상 규격 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HDMI는 재생기기와 출력기기를 연결해 영상 및 음향을 전송하는 장치로, 최근 표준 규격이 버전업(2.0→2.1)되면서 영상·음향 신호 전달속도가 크게 향상됐다. 예컨대 콘솔게임기(재생기기)와 8K TV(출력기기)를 최신 버전의 HDMI 케이블로 연결하면 보다 선명하고 끊김 없는 화면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8K TV를 출시한 삼성전자는 이미 HDMI 2.1 단자가 장착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번 인증은 HDMI 표준 관리기구(HDMI협회)의 공인을 받은 기관(HDMI인증센터)이 해당 단자를 통해 8K TV에 적합한 방식으로 영상 신호가 전송되고 있음을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인증 획득 시기는 이달로 알려졌다. 이효건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은 “이번 인증을 계기로 콘솔게임기나 블루레이 플레이어 등 HDMI 2.1을 탑재한 다양한 기기들이 나와 8K 시장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날 즉각 “우리 회사가 생산하는 8K TV에도 HDMI 2.1 단자가 장착돼 주요 기능이 이미 적용돼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받은 인증은 약간의 시기 차이가 있을 뿐 LG전자도 이미 획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 내부에선 자사 제품이 최근 CES 주최기관인 미국 소비자기술협회로부터 처음으로 ‘8K UHD(초고화질)’ 인증을 받자 경쟁사가 또 다른 인증을 내세워 물타기하려 든다는 해석도 나온다.
두 회사의 ‘8K 공방’은 앞서 지난 9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에서도 불붙었다. 상대편 제품이 국제기구의 화질선명도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LG전자의 선공에, 삼성전자가 “화질선명도는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평가에 부적합한 낡은 잣대”라고 맞선 것이다.
이러한 양보 없는 설전은 프리미엄 TV의 대세가 8K로 넘어가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내년 8K TV 출하량이 올해(12만7,000대)의 2.5배인 32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85%로 초반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연초 CES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제품 양산에 나서려는 LG전자, 세계 TV시장 ‘투 톱’의 승부처가 8K TV 시장으로 좁혀지고 있는 셈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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