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경고해온 ‘크리스마스 선물’과 관련, “아주 성공적으로 처리할 것”이라면서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도발시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는 동시에 자극적 언사는 피하고,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성탄절을 맞아 미군 장병들과 화상통화를 한 뒤 기자들에게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3일 리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이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렸다”고 밝힌 시한이 다가오면서 성탄 전후로 북한이 무력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장거리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경우에 대한 추가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어쩌면 좋은 선물일 수도 있다. 미사일 발사와 전혀 다른 예쁜 꽃병 같은 선물을 보낼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이어 “모두가 내게 놀라움을 안겨준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며 “놀라움이 생기면 나는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미 CNN방송은 “군 당국자들이 북한의 성탄선물로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예상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황금으로 장식된 마러라고의 아치형 천장 밑에서 북한의 불길한 약속에 낙관적이고 농담조의 접근법을 취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 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성탄선물 경고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자신을 자극하거나 실망시키지 말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북미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대화 테이블 복귀 등 긍정적인 소식을 기대한다는 희망을 표현한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좋은 선물’의 예시로 왜 꽃병을 언급했는지는 알 수 없다.
탄핵 심판을 앞두고 재선 선거운동에 돌입한 트럼프 대통령이 애써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치적으로 삼아온 대북정책에 대한 실패론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친밀한 관계는 한때 선거 유세의 단골 소재였지만 최근 행사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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