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때때로 꽤 험난하게 느껴졌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ㆍ브렉시트) 과정에서 빚어진 혼란을 염두에 둔 듯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크리스마스 메시지에는 고뇌가 묻어있었다.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2세는 사전 녹화한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현지시간) 오후 3시에 공개한다. 이에 앞서 24일 주요 언론에 사전 공개된 메시지에서 여왕은 “신뢰와 희망 속에 내디딘 작은 발걸음들이 해묵은 차이와 깊이 뿌리박힌 분열을 극복해 화합과 이해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길이 물론 항상 평탄한 것은 아니고, 올해는 때때로 꽤 험난하게 느껴졌지만, 작은 발걸음이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영국 정치권이 극심한 대립과 혼란을 겪은 이후 최근 총선에서 보수당이 압승하면서 내년 1월 31일 브렉시트 시행이 확실시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브렉시트 등 정치적 혼란에 더불어 왕실을 둘러싼 추문과 왕가의 건강 문제 등도 여왕의 고뇌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성범죄 혐의로 체포된 뒤 숨진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던 앤드루 왕자의 성추문이 대표적이다. 앤드루 왕자가 과거 엡스타인의 미성년자 안마사와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 맹렬한 비난에 직면했다. 남편인 필립공의 건강도 여왕의 걱정거리다. 올해 98세의 고령인 필립공은 숙환에 따른 진료와 치료를 위해 나흘간 입원했다가 이날 아침 퇴원, 여왕과 다른 왕실 가족이 있는 노퍽의 샌드링엄 영지에 합류했다.
한편 지난 12일 영국에서 총선이 치러진 직후 녹화된 여왕의 이번 성탄절 메시지 영상에서 여왕은 윈저궁에서 가족들의 사진이 놓인 책상 앞에 앉아 디자이너 앤젤라 켈리가 디자인한 로열블루 색의 캐시미어 드레스를 입고 사파이어와 다이아몬드 브로치를 착용했다. 이 브로치는 빅토리아 여왕이 1840년 결혼 선물로 남편인 앨버트 공에게 받은 것이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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