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수처가 모든 고위공직자 수사 통제” 독소조항 비판
국회 ‘4+1 협의체’가 잠정 합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에 검경이 고위공직자범죄를 인지하는 즉시 공수처에 알리는 의무 조항이 신설된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모든 고위공직자 관련 수사를 통제하면서 사건 처리를 왜곡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란 지적이 나온다.
24일 공개된 4+1 협의체의 공수처법안을 보면,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 수사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24조)이 생겼다. 또 ‘이런 고위공직자범죄사실을 통보 받은 공수처장은 수사 개시 여부를 회신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는 올해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여당 안에는 없던 대목이다. 수사기관 간 중복수사 문제로 인한 알력 다툼을 예상해 사전 ‘교통정리’하려는 취지의 신설 조항으로 비치지만 법조계에서 상당한 우려가 나온다.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범죄 정보를 검경으로부터 보고받은 뒤 수사 여부를 자체 결정해 하달하는 상위 기관처럼 기능할 것이란 지적이다. 수도권 한 부장검사는 “이런 식으로 사건 초기 인지 사건부터 공수처가 가져가면 여당 실세 비리 의혹은 유야무야되고, 야당 쪽은 집중 표적수사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수사, 청와대 하명수사ㆍ선거개입 의혹 등 정권을 향한 수사가 원천 봉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의 4+1 협의체 합의안에선 경찰에 자체 수사 종결권을 주는 원안의 큰 틀은 유지했다. 경찰이 자체 종결한 사건 기록을 검사가 기존 60일간 보고 돌려주게 한 것을 90일로 늘린 차이는 있지만 유의미한 것은 아니라는 법조계 평가다.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를 두고는 4월의 패스트트랙 원안(부패ㆍ경제ㆍ공직자ㆍ선거ㆍ방산 비리 범죄 등)에서 대형 참사 등을 추가했으며,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해 무고ㆍ위증 등 4개 혐의에 대해서 가능했던 검찰 인지 수사를 ‘관련성 있는 범죄’로 바꿨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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