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4일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국교 정상화의 기초인 한일 기본조약과 한일 청구권협정을 지키지 않으면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서 “한일관계가 건전한 관계로 돌아갈 계기를 한국이 마련해 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 정부의 책임으로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양국 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 준수’를 강조하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다만 일본 정부는 이날 회담에 대해선 정상 간 솔직한 의견 교환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양 정상이 뜻을 같이했다는 점을 가장 큰 의의로 꼽았다. 오카다 나오키(岡田直樹) 일본 관방부(副)장관은 브리핑에서 “45분 간 진행된 회담에서 3분의 1(15분) 정도를 넓은 의미에서 강제동원 문제 논의에 할애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와 관련해 “한국에 압류된 일본 기업의 자산이 현금화하는 사태는 피해야 한다”고 우려를 전했다. 오카다 부장관은 일본 측이 관심을 보였던 문희상 국회의장의 국회 제출법안과 관련해서는 “오늘 회담에선 양측 간 의견 교환이 없었고, 상대(한국) 측의 새로운 제안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요구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철회에 대해선 “한국 측은 기존 입장에 입각한 발언이 있었고 아베 총리도 일본 측의 종래 입장과 원칙에 근거해 발언했다”며 구체적인 설명을 피했다.
아베 총리는 한국인 방일 여행객 급감을 의식해 민간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한국이 국제사회에 공론화하고 있는 후쿠시마(福島) 제1 원전의 오염수 처리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해 왔고 향후 그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오카다 부장관은 당초 30분으로 예정된 회담이 다소 늘어난 이유에 대해 “양 정상 간 솔직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며 “두 정상이 상대 발언에 귀를 기울이는 등 긴장된 분위기도 느껴졌지만 가시 돋친 느낌이 아니라 솔직하고 기탄 없는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본질적인 부분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많았지만 기탄 없이 의견을 나누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데 두 정상이 동의했다는 점이 가장 큰 의의”라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이번 회담에 앞서 합의문 없는 낮은 차원의 정상회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어 정상 간 대화에서 아베 총리가 자국의 입장을 직접 전달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한편, 일본 민영방송인 요미우리(讀賣)TV는 한일 정상회담 모두발언 부분을 생중계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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