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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선거법 ‘밥그릇’엔 총력전ㆍ민생법안은 뒷전

입력
2019.12.25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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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더기 선거법안에 여론 눈총] 

 비례 47석 현행 유지·30석 연동 ‘캡’, 민심 반영·지역주의 타파 취지 퇴색 

 유치원 3법 ‘패트’ 뒷순위로 처리 밀려… 여권도 ‘비례민주당’ 거론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선거법 개정안 반대 무제한 토론을 하는 동안 여야 의원석이 텅비어 있다. 오대근 기자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선거법 개정안 반대 무제한 토론을 하는 동안 여야 의원석이 텅비어 있다. 오대근 기자

2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선거제 개편안’은 국회에 일대 변혁을 불러 올까. ‘민의의 전당’의 빛깔을 다채롭게 바꿔 놓을까. 대답은 ‘노’(No)다. ‘네버’(Never)에 가깝다.

숱한 후퇴를 거듭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용두사미의 전형이다. 현재 정당 지지율을 토대로 한 선거법 시뮬레이션이 보여 주는 21대 국회 구성은 20대 국회와 대동소이하다. 수년간 ‘선거 개혁’을 외쳐 놓고도 끝내 ‘의석 지키기’에 몰두한 더불어민주당의 표변을 바라보는 시민사회의 시선은 차갑다.

법의 빈틈을 파고드는 ‘비례한국당’과 ‘비례민주당’ 같은 꼼수도 공공연히 언급된다. 한국당은 24일 ‘한국당 분점’ 격으로, 정당 투표를 싹쓸이 하기 위한 가칭 ‘비례한국당’ 구상을 공식화했다. 민주당의 의원들은 “‘비례민주당’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의원은 “비례대표 전용 정당을 만드느냐 아니냐에 따라 7~11석이 오가는데, 한국당만 법의 맹점을 활용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같은 당 재선 의원은 “국민에게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비례민주당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민주당보다 보다 진보적, 진취적인 후보를 내세우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거대 양당제 폐해를 완화하겠다는 개혁 취지를 실종시키고, 소수 정당 몫으로 감안된 비례대표 의석을 싹쓸이한다는 비판을 받더라도 한국당의 ‘어부지리’는 막아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속내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비례민주당 창당에 선을 긋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당내 최고위원은 “지금으로선 생각하고 있지 않다. 명분도 없다”고 했다.

민주당이 지난 1년간 주도한 선거법 논의 과정은 ‘후퇴의 역사’로 요약된다. 무엇보다 ‘비례성 확대’보다 ‘지역구 의석 수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퇴보했다. 그 결과 의석 수는 현행(지역구 253석ㆍ비례대표 47석ㆍ총 300석)을 유지하고, 비례대표 연동률도 50%로 제한됐다. 21대 총선에 한해 비례 47석 중 30석에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한다는 규정까지 담겼다. 지역구 폐지에 반발하는 호남 의원들을 설득해 선거법 의결 정족수를 채우고 보자는 게 민주당 판단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이 같은 후퇴는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석수를 늘렸다. ‘한국당은 민주당 덕에, 민주당은 한국당 덕에’ 거대 양당이 선방한 구조다.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대전제이자 당리당략의 복잡한 함수를 풀어 낼 또 다른 카드인 ‘의원정수 확대’에 대해선 거의 손도 대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처음부터 선거개혁을 할 마음이 있었냐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며 “특히 의원정수 확대를 위한 진지한 국민 설득은 말도 꺼내지 않은 대목이 뼈아프다”고 했다.

민주당이 ‘빛 바랜 개혁’에 몰두하는 사이, 민생 법안은 뒷전으로 밀렸다. 유치원 3법이 가장 먼저 패스트트랙에 오르고도 민주당이 정한 ‘패스트트랙 7개 법안 상정 순서’에서 마지막에 배치된 것이 단적인 예다. 민주당은 △해인이법(어린이시설 응급조치 의무화) △가축전염병 예방법(아프리카돼지열병 피해농가 지원) △병역법, 대체역의 편입및복무법(대체복무도입) △국민체육진흥법(체육계 성폭력 대책) 등 240여개 민생 법안을 제쳐 뒀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선거제 개혁과 검찰 개혁 단 두 이슈로 국회가 1년 내내 몸살을 앓은 데 비해 국민은 여당의 개혁 의지 자체에 의문을 표시하게 된 상황”이라며 “진정성을 보일 방법을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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