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고발 유서 남긴 문중원씨
숨지기 전 남매 위한 선물 준비
배송 날짜를 성탄 전날로 예약

한국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지난달 2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문중원 경마기수가 사망한 지 한 달 가까이 되도록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그가 생전에 미리 주문했던 자녀들의 성탄절 선물이 도착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4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에 따르면 문 기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날인 지난달 28일, 8살 딸과 5살 아들에게 줄 성탄절 선물을 주문했다. 아이들의 선물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면서 배송 날짜를 성탄절 전날로 예약해둔 것이다. 그러나 선물은 장례식이 열리던 지난달 29일 도착했고, 고인의 부인은 남편의 뜻에 따라 선물을 자동차에 보관했다가 이날 장례식장에 있는 자녀들에게 전달했다.
평소 자녀들이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지 알고 있던 그가 준비한 선물은 영화 ‘겨울왕국’을 연상케 하는 화장대 세트와 레고였다. 문 기수가 딸과 아들에게 준 마지막 성탄절 선물은 현재 그의 영정 사진 앞에 놓였다. 선물을 받은 자녀들은 “아빠가 보고싶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전국공공운수노조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마사회는 사람을 쥐어짜며 최고의 경주 성적만 내도록 강요하는 무한경쟁 구조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마사회 부산ㆍ경남 렛츠런파크에서만 2005년 개장 이래 7명의 기수와 마필 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선진 경마라는 미명 하에 강요된 마사회의 경쟁 체계가 빚어낸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문 기수의 유족과 공공운수노조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제도개선, 공식 사과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장례를 연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과 한국마사회가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 하면서 갈등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21일 경기 과천 소재 한국마사회 정문에서 마사회장에 면담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문 기수의 부인 오모씨가 한국마사회 본관에서 경찰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접수했다. 경찰은 확인된 바가 없다고 반박한 상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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