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 사실 없어도 작성 관례와 어긋나
포렌식 등 기록도 김태우 사태 때 폐기
조국 영장 청구한 檢 “감찰 자체를 덮은 것”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에 대한 감찰을 하고서도 ‘최종보고서’를 만들지 않은 정황을 검찰이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등 수사기관이 특별한 혐의점 없는 사건을 종결할 때 ‘무혐의 처분서’를 작성하는 것처럼 특감반도 감찰결과를 보고서 형태로 남기는 게 통상 절차지만, 유 전 부시장 비위에 대해서는 흔적을 남기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비정상적인 감찰 중단을 결정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7년 말 청와대 특감반이 유 전 부시장 비위에 대한 감찰활동을 벌였지만 최종보고서는 아예 작성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초기 첩보 내용이 담긴 중간보고서는 만들었지만, 감찰 결과 확인된 비위 사실과 처리 내용이 담긴 최종보고서는 남기지 않은 것이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는 청와대 특감반 관계자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상부 지시에 따라 정식 종결 처리 자체를 하지 못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통상의 절차와 크게 다른 이런 처리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통상은 검찰 활동 결과로 비위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최종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원칙이다. 첩보 내용이나 감찰 경과를 정리해 처분의 근거를 마련하거나 관련 기관에 통보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이와 달리 유 전 부시장 사건에서 최종보고서를 남기지 않은 것은 ‘감찰 자체를 없었던 일로 덮어 버린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또한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기록조차 대부분 폐기된 사실을 확인했다. 2018년 말 김태우 전 특감반원의 폭로를 전후해 특감반 인적 교체가 이뤄지면서 자료가 모두 폐기됐다는 것이다. 파기된 감찰 기록에는 유 전 부시장과 감찰반원의 문답 기록, 포렌식 자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 결과가 담긴 보고서나 감찰 기록을 남기지 않았던 청와대는 수사기관이나 유 전 부시장의 소속기관이던 금융위원회에 감찰 자료 이첩을 동반한 정식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유 전 비서관에 대한 감찰과 징계를 무마한 데 그치지 않고 사건 자체를 덮으려 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청와대 특감반의 처리 과정을 두고 ‘사실상 사건 자체를 공중분해 시킨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특정인을 봐주기 위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것과 사건 접수 대장의 ‘형제번호’ 자체를 없애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정무적 판단이었다는 변론으로는 재판부를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전 장관의 구속 여부도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의 성격을 법원이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따라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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