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발생한 KTX 강릉선 탈선 사고는 선로전환기 공사가 애초에 잘못됐고 이후 운영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발견하지 못한 탓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24일 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8일 오전 7시 35분쯤 발생한 서울행 806호 KTX-산천 열차의 탈선 사고는 서울 방향과 강릉차량기지 방향으로 나뉘는 선로 부근에서 일어났다. 당시 강릉선 청량신호소 ‘21B’호 선로전환기 첨단부가 내부 모터의 콘덴서 불량으로 서울방향으로 밀착되지 못하고 벌어진 채 출발한 것이다. 이 사고로 승객과 직원 등 16명이 부상을 입었다.
조사 결과 사고 당시 청량신호소 출발 신호기에는 서울방향 ‘21B 고장’ 신호와 열차 정지 신호가 들어와야 했다. 하지만 선로전환기 오류를 알려주는 신호 시스템은 엉뚱하게 서울 방향이 아닌 강릉차량기지 방향 선로전환기(21A호) 고장으로 표시됐다. 이로 인해 역무원들은 강릉 방향 선로전환기(21A)만 점검했고, 선로에 장애가 생긴 것을 알지 못하고 달린 KTX는 탈선사고가 났다.
조사위는 애초에 시공부터 잘못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서울 방향과 강릉차량기지 방향 공사 과정의 케이블 연결 도면이 서로 달랐고, 감리 과정에서 감리원이 이를 수정하도록 했지만 공사 현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선로 전환기 배선이 반대로 시공된 것이다. 앞서 사고 직후 초동 조사에서도 철도의 선로전환기 설비가 잘못 설치된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조사위 관계자는 “청량신호소 및 강릉차량기지 연동검사 과정에서 21A호, 21B호 선로전환기 배선이 반대로 시공돼 고장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탈선을 막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1차 책임은 철도를 건설한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있다는 게 조사위 판단이다. 당시 설계 도면이 바뀌는 과정에서 작업자가 과거 도면으로 공사를 하다가 배선을 거꾸로 설치했기 때문이다. 다만 운영 과정에서 유지 보수를 허술하게 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역시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조사위는 “코레일이 유지 보수 과정에서 바뀐 형태의 쌍동 전환기에 맞는 점검 매뉴얼을 갖추고 유지보수를 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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