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30대 여성이 미혼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난자냉동 시술을 거부한 병원을 고소했다. 기혼여성에게만 난자냉동 등 생식 시술을 허용하는 중국 정부의 규제와 관련해 소송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여성인권운동가이자 프리랜서 작가인 테레사 쉬(31)씨는 자신의 난자냉동 시술을 거부한 베이징(北京) 수도의과대학교병원(CMU)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병원 측은 정부 규정을 준수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쉬는 이런 규제가 미혼여성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에서는 암 등 건강상 특별한 이유가 아닌 경우 미혼여성은 난자냉동 시술을 받을 수 없다. 시술 금지의 명분은 불법 난자거래, 대리모 등 비윤리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다. NYT는 “중국 관료사회는 남성이 전통적인 가족 단위의 중심이며 미혼여성은 홀로 아이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고수해 왔다”고 그 이면에 담긴 의미를 분석했다. 하지만 경제 활동을 하는 여성이 늘고 결혼 시기도 늦어지면서 이런 규제가 중국의 저출산 문제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외신들은 쉬의 소송 제기가 폭넓은 지지를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난자냉동 등 생식 시술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시술을 위해 해외로 나가는 중국 여성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개업자를 통해 태국에서 받는 난자냉동 시술 비용은 1만4,000달러(약 1,630만원) 정도이고, 미국에서는 그보다 두 배 가까운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비싼 해외 시술 가격을 부담할 수 없는 미혼 여성들을 대상으로 중국 내 불법 시술도 성행하고 있다. 쉬씨는 “여성 화장실에서 불법 시술 광고를 찾는 게 어렵지 않다”고 우려했다.
쉬씨를 지지하는 인권활동가들은 내년 3월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에서 미혼여성에 대한 생식 시술 규제를 푸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지린성(吉林省) 북동부 지역에선 2002년에 미혼여성의 난자냉동을 허락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중국 당국은 이번 소송을 매우 민감한 의제로 보고 있다. 이날 첫 심리를 한 법원은 다음 심리 일정조차 잡지 않은 채 재판을 연기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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