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눈]‘75년 경영’ 최악의 위기 앞에서... 볼썽사나운 한진가 ‘남매의 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눈]‘75년 경영’ 최악의 위기 앞에서... 볼썽사나운 한진가 ‘남매의 난’

입력
2019.12.25 04:40
18면
0 0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가족들과 협력해서 사이 좋게 이끌어나가라”

45년 간 한진그룹을 지켜온 고(故) 조양호 회장이 지난 4월 숨을 거두기 직전 남긴 유언이다. 본인이 경영권을 승계 받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형제 간 다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남긴 마지막 당부였다. 하지만 부친의 유언은 8개월 만에 공허한 메아리로 변했다. 그룹 경영권을 놓고 고인의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장남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사실상 ‘남매의 난’으로 충돌하고 나서면서다.

포문은 조 전 부사장측에서 먼저 열었다. 법률대리인을 통해 “조 회장이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부친 유언’에 대한 불성실한 이행을 명분으로 조 회장에게 선제공격에 나선 셈이다. 이에 대해 조 회장측은 별도 입장문을 통해 “선대 회장인 고 조양호 회장 작고 이후 경영진과 임직원들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국민,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주주와 시장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것이 곧 조양호 회장의 간절한 소망이자 유훈이라고 믿는다”고 맞받았다. 부친의 유언에 대해 서로 다른 방향에서 공방을 주고 받은 모양새다.

한진가(家) 남매의 이번 대립의 이면을 살펴보기 위해선 우선, 시점에 대해 따져볼 필요가 있다. 양측 모두 부친의 유언을 갈등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은 조 전 부사장의 그룹 경영 복귀 문제가 이번 ‘남매의 난’의 핵심이다.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인 지난달 말 한진그룹 인사가 조기 단행된 가운데 당시 법률적으로 자유롭지 못했던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하면서 분란은 예고됐던 셈이다. 지난 20일 명품 밀수 혐의(관세법 위반 등)와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로 진행된 재판에서 각각 집행유예를 받고 운신의 폭이 넓어진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에게 견제구를 날린 셈이다.

문제는 시기다. 한진그룹의 주력은 대한항공과 진에어 등 항공운송업이다. 최근 항공업황은 말 그대로 최악이다.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점쳐진 대한항공은 내년엔 적자전환될 가능성도 크다. 진에어는 올해 130억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되고, 내년 적자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경영권도 위험하다.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의 현재 지분구조 상에선 안정적인 경영권 방어를 장담할 수 없다. 최악의 상황에선 75년 동안 이어온 그룹이 외부로 넘어갈 수도 있단 얘기다. 가뜩이나 ‘땅콩회항’에서부터 ‘물컵 갑질’과 ‘직원 폭행’ 등으로 얼룩진 한진가다. 지금은 남매간 경영권 분쟁을 벌일 시점이 아니다. 선친의 유훈을 곱씹어 봐야 할 때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