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인기 와인인 ‘말벡’ 품종을 생산하는 아르헨티나 멘도사 지역이 대규모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광산 채굴이 수질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포도 재배농가의 강력 반발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광산 산업을 통해 경제 부흥을 노리는 아르헨티나 정부의 의지가 강해 양측의 대립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멘도사주 정부는 대량의 물을 소비해야 하는 광산 사업 추진을 금지한 수자원보호법(멘도사 법 7722)을 지난 주 후반 기습적으로 폐지했다. 주 정부는 이어 지난 22일 유독물질을 배출하는 우라늄과 납 등 19개 광물 개발을 골자로 한 광산 프로젝트까지 전격 발표하는 등 속도전에 돌입했다. 로돌포 수아레즈 주지사는 지역의 반발의 의식,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수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정책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 역시 “아르헨티나의 경제 악화를 회복하기 위해선 광산 프로젝트가 필수적”이라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현지 농부와 환경 운동가들은 대규모 시위와 행진을 통해 정부의 광산 개발 정책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실제 이들은 지난 20일부터 멘도사 도심을 행진하며 “물은 건드리지 말라”는 구호를 연이어 외쳤다. 시위대 수천 명은 23일 수아레즈 주지사 사무실 앞에서 재차 관련 법 유지와 물 보호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일부 시위대는 같은 날 오후 사무실로 진입을 시도해 경찰들이 고무탄을 발사하는 등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광산 개발로 인한 말벡 와인의 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아르헨티나 국내를 넘어 국제사회로도 증폭되고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임명한 피노 솔라나 유네스코 대사(상원의원)는 “7722법은 (물 오염을 우려하는 시민들에 의해) 거리에서 태어났다”며 “법 폐지는 멘도사의 미래를 위협하는 환경적 퇴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르헨티나 그린피스 측도 성명서를 통해 “최악의 가뭄을 맞고 있는 멘도사 지역의 수자원 보호가 아니라 광산을 개발한 다는 것은 정말 황당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 말벡 와인의 80%를 생산하는 멘도사 지역은 1,000개 이상의 와이너리를 탐방할 수 있어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이 찾는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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