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2ㆍ토론토)의 행선지가 캐나다 토론토로 정해지면서 기대의 목소리가 높지만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뉴욕 양키스, 보스턴, 탬파베이, 볼티모어 등 최강 화력을 자랑하는 팀들이 몰려 있는 ‘전쟁터’다. 내셔널리그와 달리 지명타자 제도도 있다. 게다가 리빌딩 중인 토론토는 상대적으로 약한 전력이라 류현진의 승수 쌓기가 녹록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류현진도 동부지구의 ‘난이도’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류현진은 자신에게 가장 구체적이고, 적극적이고, 많은 금액의 계약을 제시한 토론토를 택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했다. 팀 전력이나 지구 판세만 염두에 뒀다면 LA 다저스나 샌디에이고 등과 물밑 협상을 더 이어갔을 수도 있지만 류현진은 8,000만달러(약 930억원) 이면의 여러 부수적인 희망을 봤기에 과감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캐나다는 로스앤젤레스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적지 않은 교민들이 거주하는 곳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캐나다에 거주하는 재외교포 24만1,750명 가운데 토론토에만 절반 가량인 12만7,386명이 살고 있다. 다저스 시절 경기장 안팎에서 응원해주는 교민들에게 큰 힘을 얻은 류현진에게는 이번 결정에 중요한 참고가 됐을 사항이다. 캐나다 신문인 토론토 스타도 24일 토론토의 류현진 영입 소식을 전하며 “팬들에게 희망을 선물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 매체는 “토론토가 2년 만에 이기려고 하는 의지를 보였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명실상부한 팀의 에이스로 활약할 수 있게 됐다. 선수들은 보통 우승 전력을 갖춘 팀보다 출전 기회를 많이 받을 수 있는 팀을 선호한다. 팀의 상징적인 존재인 에이스나 4번타자도 마다할 리 없다. 올해 다저스에서도 사실상 1선발로 활약한 류현진이지만 토론토에서는 비교 대상조차 없는 독보적인 에이스다. 토론토는 류현진 영입에 앞서 체이스 앤더슨을 850만달러, 태너 로어크를 2년 2,400만 달러에 데려갔는데 2, 3선발로 평가 받는 투수들이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받는 스포츠 스타들에게 세금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연방세와 주 소득세가 기본 조세제도인데 연방세는 미국이 최대 37%, 캐나다는 33%다. 소득세의 경우 다저스 연고지 로스앤젤레스가 속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최대 13.3%, 토론토가 위치한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13.16%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명예와 실리까지 계산한 토론토행인 셈이다. 류현진은 25일 캐나다 토론토로 떠나 메디컬테스트를 받고 이상이 없으면 계약서에 서명할 계획이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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