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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서 날아가도 3시간30분… 중국 청두서 한중일 정상회의 연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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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서 날아가도 3시간30분… 중국 청두서 한중일 정상회의 연 까닭은

입력
2019.12.24 15:42
수정
2019.12.24 19:3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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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서부 교두보이자 일대일로 관문… 한일 정상 불러 시진핑 치적 홍보 

문재인(왼쪽부터)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쓰촨성 청두에서 열린 3국 정상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왼쪽부터)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쓰촨성 청두에서 열린 3국 정상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중일 정상회의가 24일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열렸다.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비행기로 3시간30분 걸리는 곳이다. 서울과 베이징 간 거리보다 멀다. 그렇다 보니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ㆍ오찬을 마친 뒤 곧장 청두로 이동해야 했다. 외교 소식통은 “일정이 촉박해 베이징에서 다른 동선을 짤 수 없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청두로 떠난 후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베이징에 도착했다. 아베 총리는 시 주석과 정상회담ㆍ만찬을 끝내고 자정이 다 돼서야 청두에 도착했다. 두 정상이 번갈아 회의 주최국 수도를 거쳐 지방으로 향하는 건 정상외교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광경이다. 중국이 마치 황제인양 으스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이 과거 2009년 10월과 2012년 5월 등 두 차례 한중일 정상회의를 주최할 때에는 장소가 모두 베이징이었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주변국에 번거로운 수고를 떠안기면서까지 3국 정상회의 장소를 청두로 정했을까.

청두의 도시 성격을 보면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청두는 중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중서부 대개발의 교두보이자 시 주석의 역점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의 관문이다. 경제발전을 통해 중국인의 삶을 개선하고, 대외적으로는 미국에 맞서 중국의 위상을 뽐낼 수 있는 상징적인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월 미국 싱크탱크인 밀컨연구소는 “중국 34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청두가 올해 고용과 임금, 1인당 지역총생산, 외국인직접투자(FDI) 등 각종 경제성과에서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중국 정부 입장에선 한일 정상이 청두를 찾아 대형 외교이벤트를 벌이는 모양새를 연출하는 것 자체가 자국민들의 자긍심 고취로 이어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음직하다. 시 주석 집권 2기의 치적을 강조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에도 안성맞춤 카드다. 또 청두는 ‘삼국지연의’에서 유비가 세운 촉한의 수도이기도 하다. 이를 감안해 문 대통령은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 기조연설에서 “한중일을 잇는 수많은 연결고리 가운데 삼국지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이 외국 정상들을 지방의 대도시로 데려가는 방식은 올해 들어 부쩍 잦아졌다. 시 주석은 지난 4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을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가졌고, 9월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우한으로 초청했다. 우한은 2006년 본궤도에 오른 중국 중부개발의 거점이다. 시 주석은 지난달에는 경제수도 상하이(上海)의 수입박람회 개최에 맞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찬을 함께 하며 우의를 다졌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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