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전문의약품 허가 때 임상자료 부실”… 식약처 “임상 재평가 검토”
치매치료제로 알려진 전문의약품 ‘콜린알포세레이트’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임상재평가 실시 가능성을 밝혔다. 유효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건강보험 급여대상을 유지해온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임상재평가를 통해 사용 가능한 질병(적응증)이 줄어들거나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될 경우 환자들의 약제비 부담이 커질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재정 확보를 목적으로 내년부터 약효가 불확실한 의약품 유효성을 재평가해 건강보험이 지급하는 급여 수준을 낮추겠다고 밝힌 상황이어서 콜린알포세레이트에 대한 임상재평가가 시행될 경우 비슷한 사례가 잇따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유효성 재검토와 관련해 제약사들로부터 임상자료를 제출받아 검토하고 있다”면서 “그 결과에 따라 임상재평가도 시행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유효성과 관련된 논문이 8가지가 있으나 이중맹검 등 (신뢰성을 높이는) 장치가 부족했다”면서 “이러한 논란이 벌어진 약품에 대해 유효성을 짚고 넘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치주질환 치료제로 쓰이다가 2년간의 임상재평가를 거쳐 치주치료 후 보조 치료제로 적응증을 변경했던 인사돌(2016년) 사례도 거론됐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의사 처방이 필요한 뇌기능 개선제(전문의약품)로 ‘치매치료제’ ‘치매예방약’ 등으로 알려지면서 해마다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널리 처방되는 치매 관련 의약품 성분으로 이를 활용해 만들어진 의약품이 240여종에 달한다.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들에게 처방된 건수가 151만5,000여건에 달했다. 지난해엔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40만9,000명) 가운데 10만8,000명(26%)이 처방받았다. 건강보험 청구금액은 2016년 1,472억원에서 지난해 2,686억원으로 뛰어올랐다. 단일 성분으로는 청구순위 3위를 기록했다. 올해 판매액은 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효능에 대해서 논란이 많다.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전문의약품으로 등록한 나라는 한국 등 소수다. 한국 약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제약 강국 A7에 속한 7개 국가 가운데서는 개발국인 이탈리아에서만 전문의약품으로 등재돼 있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팔리고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를 복용하면 치매환자의 뇌에 부족한 신경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생성에 도움을 준다는 작용원리를 두고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 등 시민단체들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이동근 건약 정책팀장은 “해당 약품이 국내 판매허가를 받을 당시 임상자료는 위약과 대조비교한 내용이 없고 근육주사와 경구제를 섞어서 투여한 말도 안 되는 논문”이라고 주장했다. 치료가 필요한 치매환자가 아닌 이른바 ‘뇌 영양제’의 효능을 기대하는 중장년층의 수요가 적지 않아 건보재정을 악화하는 전문의약품이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의료계 역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치매 치료제 종류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미 쓰이고 있는 약에 대해 급여 삭감 가능성이 제기되는 게 부당하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기억력 저하와 감정 및 행동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 등 현재 적응증이 지나치게 광범위해 약이 남용된다는 의견도 있다. 대한신경과학회는 올해 4, 5월 두 차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콜린알포세레이트가 감정 및 행동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에는 효과가 없다고 의견서를 제출했다. 급여를 삭감할 경우 제약계는 물론 소비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건강보험 재정을 관리하는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심평원은 이처럼 유효성이 의심스러운 의약품의 목록을 작성 중이다. 이들의 급여 수준을 낮춰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막아야 희귀의약품 등에 재정을 투자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내년 6월까지는 콜린알포세레이트에 대한 복지부의 재평가를 완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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