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시맨’ 3만명 넘게 흥행…‘두 교황’도 2만명 육박 선전
큰 비용 없이 입소문 효과 ‘덤’… 극장 먼저 상영으로 전략 수정
‘아이리시맨’은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영화다. 지난달 27일 온라인에 공개됐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가 주연을 맡았다. 제작 전부터 화제가 됐던 이 영화는 지난달 20일 국내 극장에서도 개봉했다. 전국 상영 스크린 수는 최대 68개(‘겨울왕국2’는 2,648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꽤 쏠쏠한 흥행 성적을 거뒀다. 23일까지 3만3,116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모았다. 청소년관람불가에 긴 상영시간(3시간 29분), 온라인 공개 이후 극장 상영이 크게 줄어든 점 등을 감안하면 무시 못할 성과다.
‘아이리시맨’만 그런 게 아니다. ‘아이리시맨’에 이어 극장에 선보인 넷플릭스 영화 ‘결혼 이야기’(11월 27일 개봉)와 ‘두 교황’(11일 개봉)은 2만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아 흥행 전선에서 나름 ‘선전’했다는 평가다.
온라인용으로만 치부되던 넷플릭스 영화들이 극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극장이 신작 마케팅 창구를 넘어 짭짤한 부수익을 올리는 통로로까지 떠오르고 있다.
넷플릭스(온라인 Net+영화 Flix)는 회사명이 내포하듯 온라인을 중시해 왔다. 자체 제작 영화를 온ㆍ오프라인에서 동시 공개해 세계 극장업계의 반발을 샀다. 넷플릭스의 영업 전략은 극장의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 처사라는 이유에서다. 국내 3대 멀티플렉스 체인(CGVㆍ롯데시네마ㆍ메가박스)도 넷플릭스 영화 상영 금지 방침을 최근까지 이어왔다.
넷플릭스는 온ㆍ오프라인 동시 공개 전략을 최근 수정했다. 일부 영화에 한해 9일 이내 극장에서 먼저 상영하고 있다. 이에 호응하는 국내 멀티플렉스 체인도 나타났다. 3위 업체 메가박스가 넷플릭스와 손 잡았다. 10월 23일 개봉한 ‘더 킹: 헨리 5세’를 시작으로 ‘아이리시맨’과 ‘결혼 이야기’ ‘두 교황’을 연이어 상영했다. 1, 2위 업체에 맞설 콘텐츠가 필요한 메가박스와 극장가 돌파구가 절실했던 넷플릭스의 이익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넷플릭스는 이들 영화의 극장 상영을 위해 국내 영화사 판씨네마와 배급대행 계약을 맺었다.
국내 영화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시도가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한다. 새 영화를 OTT에 공개하기 전 큰 비용 들이지 않고 극장 상영만으로 영화를 널리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극장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관객이 안 들어도 일단 마케팅 효과를 노릴 수 있다”며 “극장 매출까지 올릴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화 수입 배급사 대표는 “넷플릭스는 영화 기획 단계에서 OTT 공개만 염두에 뒀을 것”이라며 “극장 상영으로 예상치 못했던 새 수익원이 발견된 꼴”이라고 평가했다. 넷플릭스는 ‘더 킹’과 ‘아이리시맨’ ‘결혼 이야기’ ‘두 교황’을 통해 6억6,000만원 가량의 극장 매출을 올렸다.
넷플릭스는 오프라인 확대 전략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미국 뉴욕의 유명 극장인 파리극장 장기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파리극장은 넷플릭스 영화만 상영할 예정이다. 넷플릭스는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전용 극장을 곧 확보할 계획이다. 국내 전용 극장 확보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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