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부문 김영경씨 당선소감

부엉이바위 아래 누워있을 때, 어두운 복도를 헤매고 다닐 때, 밝은 곳으로 가볍게 한 걸음만 가보자고 일으켜 세워 주던 동시가 이렇게 반짝이는 자리에 날 데려다 놓습니다.
가만히 손을 내밉니다. 잡고 일어섭니다. 걷습니다. 노래합니다. 다시 달려봅니다. 물론, 앞으로도 휘청거리고 넘어지면서 낯설고 컴컴한 곳을 헤매겠지만 또, 동시가 잡아주리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다정하고 이해심 많은 동시야, 앞으로도 잘 부탁해!
세상의 모든 아이와 어른들이 동시의 따뜻하고 다정한 품을 만나서 함께 노래하면 좋겠습니다.
동시는 나에게 보물찾기입니다. 숨겨진 무언가를 찾아내는 일입니다. 희미하게 웅크리고 있는 것들을 보겠다는 것입니다. 나만의 안경을 갖겠다는 말입니다. 그 안경을 쓰면 뱁새의 걱정이 들리고 얼치기완두의 애씀이 보입니다. 넘어져 울고 있는 튤립도 보이고 호수로 가고 싶은 토토의 마음이 읽힙니다. 돌멩이 아래 개미네 집 숟가락 개수를 셀 수도 있습니다. 아직 안경의 도수는 일정하지 않아서 엉뚱하게 보이고 엉뚱하게 들리고 엉뚱하게 읽힙니다. 안주하지 않고 낮고 아름다운 것들의 세상을 열어주는 넓은 문이 되도록 똑디, 단디, 잘 보겠습니다. 더 무력하게 치열하게 가보겠으니 내가 찾은 작은 반짝이들을 아이들이 좋아해 주면 좋겠습니다.
오래 동시의 길을 걸었습니다. 이안 선생님. 한겨레아동문학작가교실 37기 선생님들. 김은영 선생님. 감사합니다. 동시를 함께 앓는 우리끼리 문학팀과 담쟁이 식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내가 좀 잘 나가지?” 웃으며 전하는 당선 소식에
“집을 잘 나가긴 하지”라고 대답하는, 기다려주는, 지켜봐 주는 사랑하는 가족. 고맙습니다.
뽑아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한국일보사에도 감사드립니다.
더 무력하게 치열해지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영경
△1969년 출생.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람
△경성대학교 식품공학과 졸업
△2019년 ‘문예바다’ 신인문학상 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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