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부문 심사평
지난 12월 13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일보에서 김지은(왼쪽) 아동문학평론가와 최나미 동화작가가 신춘문예 동화 부문 심사를 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320여 편의 응모작은 노키즈존, 가정폭력 등 2020년의 현실을 비추었다. 그럼에도 참신한 글은 드물었다. 주로 가족과 친구를 다루었는데 무신경한 혐오와 훈계의 강박, 정서적 소비에 불과한 진단 없는 희망을 나열하는 글이 많았다. 한편 어떤 글은 독특한 기백이 있어서 작가가 궁금했다. 완성도 때문에 미리 내려놓았지만 심사위원들은 당신의 작품을 응원했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읽기의 리듬을 살려서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가기 바란다.

‘언 손’은 친구로 생각하지 않았던 아이의 실종과 그 집에서 확인하게 된 실체의 섬뜩함이 잘 드러난 이야기다. 어린이의 시선이 주체가 된 공포 서사의 가능성이 보였다. 그러나 어린이 화자에게 지워진 심리적 부담이 타당한지 고민스러웠고 소제목 구성은 몰입을 방해했다. ‘조용한 강태풍’은 아이에게 ‘조용히’라는 칩을 시술하는 미래를 그린 SF다. 버려지는 어린이와 로봇 양육자라는 설정은 흥미로웠으나 인물의 내적 갈등이 빈약했다. ‘괜히 고백했어’는 모처럼 눈에 띄는 사랑이야기였다. 좋아하는 마음을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고백하는 장호와 그 고백에 당황하는 두걸, 엇갈린 삼각관계 속의 수애가 유쾌하게 그려졌다. 감정에 솔직한 어린이들은 조금도 희화화되지 않았고 서로의 마음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건강했다. 다만 좀 더 입체적인 사건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귀신개’는 몇몇 문장이 불안정하지만 귀신개의 진위 여부를 밝히기보다 독자가 주인공과 함께 저수지에 들어간 것 같은 생생한 경험을 하게 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문학적 역량이 엿보였다.

‘여덟 시에 만나’는 양육자가 있어도 늘 외로운 아이와 가정 폭력을 피해 뛰쳐나온 아이의 우정을 다뤘다. 양육자는 그들의 일상을 지켜주지 못하지만 그 상황을 어린이다운 방식으로 회복해가는 두 아이의 노력이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특히 수아의 캐릭터는 단편이 해내기 힘든 밀도를 가졌다. 표현에서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어린이의 상처를 전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작가가 믿음직하다고 여겨져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전화를 거는 주인공의 떨리는 손을 끝까지 잊지 말기 바란다. 낯설 정도로 과감한, 어린이에 대한 새로운 의미의 존중이 필요한 시대다. 당선을 축하하며, 더불어 이러한 요청을 이해하고 분투하며 동화를 쓰는 많은 여러분들의 건필을 응원한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 최나미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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